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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편 경제편

   우리 경제는 앞선 기술로 고급이며 독점적인 상품을 생산하는 선진경제와, 싸고 숙련된 인력과 외국자본의 도입으로 값싸게 다량생산이 가능한 상품을 만들어 내는 후발국들의 중진국경제 사이에 낀 형편 즉 호두까기 사이에 낀 호두알 신세라 한다.
우리가 이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인력이 세계에 뒤지지 않는 최고급인력으로 되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그러기에 교육을 담당하지 않는 사람들마저도 우리교육에 대해 한마디씩을 하고있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나라의 경제부총리가 일제강점기의 교육이 좋았었다 한다. 왠 뚱딴지 같은 소라인가? 그러니 일본인들이 식민지배로 한국을 발전시켰다고 망발을 떨지. 정말로 몰라도 너무 모른다!
진 부총리가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포럼 조찬강연에서 한 내용이 여러 신문에 실렸다. 모든 내용을 알지 못하고 비평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겠으나 중요내용만으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말한 내용 중에는 「일제 때는 서울과 지방에 명문 중·고교와 대학이 공존하였는데 교육정책의 잘못으로 서울로 학생들이 모두 몰리면서 이런 학교가 없어졌다. 이 잘못된 교육정책중의 가장 큰 요인은 평준화로 특히 수도권 주변도시의 고등학교를 평준화시켜 서울 강남의 부동산 값이 과열 양상을 빗는 것이며 청년 실업문제도 부실한 대학교육이 원인」이라고 했으며, 「지난해 학생선발권의 대학일임, 자립형 사립고 30개 설립, 내신과목 축소 등 6개항의 대책을 건의했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고 했단다. 그리고 국무회의 석상에서는 기업체 입사서류에서 학력란 폐기가 거론될 때 그는 「우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수대학 양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다. 한편으로 경제계의 두뇌가 모였다는 한국개발연구원도 「고교평준화의 폐지」와 「기여입학제의 허용」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우리 경제의 주체는 경제관련 부서의 장관도 또 경제연구소의 연구원도 아닌 우리 국민이다. 그러기에 이 국민 즉 인력을 키우는 교육문제에 대하여 경제계에서 왈가왈부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능력 있는 인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 어찌 일류기업들을 만들어가고, 또 일류국가로 키워갈 수 있겠는가? 그러나 모든 문제를 풀어 가는데 있어서는 「문제를 푸는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을 「어느 관점에 두고」 풀어나가야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경제의 문제를 풀어가는데는 당사자들끼리 무한경쟁을 벌리는 「시장원리에 내맡기는 방법」이 있는가하면, 경쟁을 제한하여 약자를 보호하고 분배를 우선으로 하는 「사회주의적 원리로 운영되도록 하는 방법」도 있겠다. 우리의 경제체제가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자본주의가 큰 주류를 이루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회주의가 가미되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어느 경우에는 보다 더 시장원리로 또 다른 어떤 경우에는 보호주의 원리가 우선으로 하는 전혀 다른 정책을 펴야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뻗어나갈 이 국가를 이끌 인재를 기르는 교육에 있어서는 시장원리가, 아니면 보호주의 중 어느 것이 더 우선이어야 할까? 공장을 잘 운영하면 그 사장은 돈을 벌 수 있다. 물론 거기에 종사하는 종업원도 일자리를 잃지 않고 자기가 한 노동의 대가를 받아 어렵지 않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뒤떨어진 운영방식으로 공장을 이끄는 사장은 공장과 돈을 잃는다. 격심한 경쟁에 뒤쳐진 운영자는 낙오될 수밖에 없는 시장원리에 어쩔 수 없이 내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공장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의 삶에서 낙오가 되는 죽음으로 갈 수는 없다. 문을 닫은 공장에 다녔던 사람은 새로운 공장을 찾아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자기의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재화를 벌어들이지 않으면 아니 된다. 따라서 경제의 주체요, 국가의 주체인 국민 한사람 한사람은 어느 경우에 있어서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길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어느 하나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그를 낙오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재능을 키워 당당하게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그만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국가가 져야할 책임인 것이다. 그렇기에 국가가 책임지고 있는 교육은 절대로 시장원리에 따라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고교평준화」를 폐지하여, 우수한 학생만을 따로 모아놓고 가르쳐 우수한 상급학교에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시장원리」만이 적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은 이를 못하는 학생의 선생이 되고, 또 생물을 잘하는 학생의 학생이 되어 서로가 당기고 밀며 같이 공부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교육의 기본이념이 되어야 하며, 이렇게 되어야 만이 국민 모두가 쓸모 있는 인력으로 성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타고난 유능한 인재라면 그는 어느 방법에 의해서건 자기가 살아갈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다. 그러나 경쟁에 뒤쳐지는 사람은 그에 맞는 재능, 기술 및 지식을 키워 그가 밥벌이를 할 수 있도록 더 집중적인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러기에 초등과 중등교육에서는 뒤쳐진 학생, 특이나 지진아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평준화에 따라 고등학교학생의 과목별 능력차가 너무 커서 수업분위기를 유지할 수 없다는 핑계는 말이 되지 않는다. 15년 이상의 교육을 받으면서 관심이 다르고 또 능력이 달라, 각 학생이 각 과목별마다 그사이에 기울인 노력이 달라 과목마다 학력에 차이가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다면 과목마다 능력에 따라 달리 수업을 받는 이동수업을 실시하여야 한다. 왜 투자는 않고 괜한 소리만 하려 하는가!
여하튼 국민 모두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을 기르도록 교육을 시키는 중등교육에서조차 시장원리를 적용하자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주장인지 알지 않겠는가?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도태되어야 하는 시장원리는 전문교육을 받는 대학교육과 사회생활에서 활발히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경제계가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력이 육성되기를 바라기에 한 대안제시라지만, 너무나도 우리의 교육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면 알 수 있는 평범한 원리를 터득하지 못하고, 남의 일에 밤 놔라 대추 놔라하는 어리석은 일을 벌리고 있는 「철밥통」을 가진 이들에게 꼭 시장원리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각설하고, 경제이야기를 한다고 하고서도 교육편에서 그렇게 많이 다루었던 문제들에 왜 집착하고 있느냐고 할 것이다. 경제의 문제를 푸는 방법은 시장원리와 보호주의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넋두리를 늘어놓았다고 변명을 할 수밖에…. 그러나 여기에 대한 상세한 논란은 뒤에서 다루어보자. 그러면 지금 우리 경제가 해결하여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엔의 절하에 따라 우리의 원화도 절하가 되고 있지만, 그 절하 폭이 작아 수출경쟁력이 점점 떨어져 흑자폭이 줄어들어 문제가 있다한다. 그리고 우리의 수출주력산업인 조선, 자동차, 철강, 섬유 등의 산업이 5년 이내에 중국에 추월을 당하고 나면, 무엇을 수출하여 에너지와 식량을 살 돈을 마련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단다. 물론 이것이 우리경제의 큰 현안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 놓인 가장 큰 문제는 이런 것들이 아니다. 우리에게 가장 큰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닥칠 통일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니 다음에 통일을 하자고 미룰 수도 없다. 우리에게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오더라도 아무런 혼란이 없이 뻗어나가던 경제성장을 더 빠르게 성장을 시키기 위해서는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쌓아놓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수조 달러의 자금을 정부는 재정흑자로, 기업은 해외투자와 유보자금으로, 그리고 각 개인은 저축으로 쌓아놓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갑자기 일어나는 통일이라도, 우리가 이북에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벌릴 수 있을 때에는 단기간 내에 기간산업과 공장설립에 필요한 막대한 돈을 투자하여, 북한에서도 남한에서와 꼭 같이 여러 가지 경제활동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할 것이며 또 남북한인 사이의 소득격차도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여야 한다지만, 백여 억 달러 근방의 무역흑자를 내는 우리의 경제능력으로 어떻게 단기간 내에 수조 달러의 자금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는 말인가고 되묻겠지. 어찌 일년에 몇 천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내는 경제체제로 쉽게 바꾸어갈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가 일년에 몇 천억 달러의 흑자를 내고 있다면 주위의 국가들이 내버려두겠는가? 이웃의 일본이 85년에 프라자합의에 의하여 엔의 급격한 환율상승을 인위적으로 하지 않으면 아니 되었듯이, 1달러 당 오육백 원으로 환율이 상승되었을 때도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잃지 않고 지탱해 나갈 수 있을까? 만약에 매년 수천 억 달러의 흑자를 보고 또 1달러에 오육백 원하는 환율에서도 끄떡없이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 체질이라면, 통일은 우리가 새롭게 투자할 수 있는 지역이 넓혀져 그사이에 혹여 있을 과잉생산체제로 인한 경제침체를 막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 것이다. 아울러 남북한이 하나가 됨에 따라 우리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대륙과 교류하여 명실공히 동아시아의 최적의 물류기지가 될 것이다. 우리 경제의 비전을 밝혔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비젼 2011」의 10년 대계에는 이와 같이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한 문제들이 언급이 되어 있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1. 일본은 마지막 시장
20년 전 내가 일본에 가서 얼마 되지 않아서 이었다. 어떻게 엮다보니 동경에 있는 대우지사에 근무하는 사람과 연락이 되어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가 일본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스포츠머리를 한사람들을 조심하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대체로 야쿠자이며 권총을 갖고 있어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김우중 회장이 말하기를 일본은 마지막 시장」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와 헤어진 후 나는 그 말을 떠올리며, 그것이 아닌데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시장을 휘어잡을 수만 있다면, 세계시장을 잡는 것은 아주 쉬울 텐데 왜 일본을 피해 가려고 하느냐는 생각을 물리칠 수가 없어서였다. 나는 '일본이 우리의 맨 처음의 시장이어야 한다!'는 말을 외치고 싶었던 것이다. 일본의 대학원생이 동경올림픽 때만해도 전자제품 등의 공산품에 형편없는 품질의 것이 많았으나 80년대 초에는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상품들을 만들고 있으니, 한국도 곧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는 투의 이야기하였던 것을 잊을 수가 없다. 만약에 말이다. 80년대 초반부터 일본상품을 능가하는 상품을 십 년 이내에 꼭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그룹의 전체직원들에게 뿌리깊게 심어주었었다면 아마도 지금쯤 대우의 모든 제품들은 국내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누구나 찾는 최고의 명품들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일본에 뒤지는 싸구려 상품만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그룹회장이 갖고 또 종업원 모두에게 그런 생각을 어찌하여 심어 놓았단 말인가. 일본에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면 기술력은 물론 인력관리, 회사의 재정문제 등의 모든 조건이 일본보다 앞섰어야 될 것이다. 그러려면 대우가 망하게 될 수밖에 없게 만든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문제점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첫째로 대우의 특징이었던 부채인수방식의 기업인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을 인수하면서 그 대가로 종자돈을 받아 기업을 키워왔으나 결과적으로 잘못이었다는 것이다.
둘째로 시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을 도외시하였다는 것이다. 시장이 어떤 기업의 신용에 대해 의심을 하면 그 기업은 살아남기 어려운데도 대우는 이토록 중요한 시장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하였다는 것이다. 셋째로 부채가 덩달아 커지는 자산가치의 팽창은 무의미한데도 덩치 키우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기업이 살려면은 부채를 줄여 금융비용부담을 줄이고, 이에 따라 기업수익이 좋아져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투명성 딜레마」이다. 시장이 성숙하면 나쁜 기업내용을 공개할 경우 고통이 뒤따르게 되는데 이것을 피하는 바람에 대우그룹은 마지막 생존기회도 놓쳤다는 것이다. 환란 직후에 많은 기업들이 쓰러지고, 그렇지 않으면 큰 어려움에 처했었다. 대기업들이 줄줄이 망하면 우리 국민 모두는 다 나앉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걱정을 하였었다. 그러나 하나의 위안이 되었던 것은, 대우는 국내경쟁에서 이기지 못한 기업은 세계경쟁에서도 이길 수 없다는 점을 몰랐던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대우의 주력업종인 자동차, 조선, 전자 등은 국내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졌다고는 할 수 없었다. 이렇듯 국내에서 뚫지 못한 시장의 장벽을 후진국시장을 선점하여 극복하려 했던 것이 위험성을 더 키웠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국내시장에서만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는 기업들을 이끄는 재벌은 앞의 네 조건 중에서 몇 가지의 문제점을 갖고 있어도 살아 남을 수가 있는 것일까? 아니다. 분명히 아니다. 우리의 어떤 기업도 이제 살아남으려면 국내에서의 경쟁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아니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이 「일본이 우리의 맨 처음의 시장이어야 한다」라는 각오로 어떠한 물건일지라도 만들지 않으면 세계시장에서 살아 남지 못할 것이다. 싼 가격으로 일본시장을 점유한다는 것이 아니라, 일본제품보다도 품질이 더 좋아 일본인들이 꼭 갖고 싶은 물건을 만들겠다는 각오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적어도 같은 품질이지만 가격만은 싸야 할 것이다. 세계를 누볐던 무역의 달인인 김우중씨가 왜 그런 쉬운 이치를 몰랐겠느냐고 나를 꾸짖는 사람도 있겠지. 대우가 망하고 나자 김우중씨가 세계 최고의 명품을 한 가지만이라도 만들고 싶어했다는 것을 어느 대우직원이 쓴 글 속에서 발견할 수가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하겠지만 김우중씨가 최고의 상품을 만들고자 했던 것은 몇 년을 못 거슬러 올라갈 것 같다. 너무 늦게 깨달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외국에서 모든 기술을 넘겨받아 만들었던 프린스의 후속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몇 천억 원을 드려야 한다고 품의를 하였을 때 거절을 당했다는 것이다. 「왜 지금의 차도 잘 팔리는데 새차를 개발하느라고 그 많은 돈을 허비하느냐」는 투였단다. 남이 설계한 것을 그대로 베껴 쓰고, 수입한 설비를 써서 중요 부품은 어쩔 수 없이 수입하고, 그 나머지는 내구성이 의심스러운 국산부품으로 조립하여 팔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었단 말인가? 이는 60년대 초의 경제개발을 이끌었던 사람들의 생각에서 한 발짝도 앞서 나가지 못한 것이 아닌가? 세계 최고의 부품과 설비를 국내에서 만들 수 있을 때만이, 세계 최고의 상품을 제일 먼저 만들 수 있다. 외국에서 만든 설비를 들여오고, 외국에서 수입한 부품과 소재를 써서 상품을 만들 때, 어찌 수입되는 부품과 설비를 만드는 그 나라보다도 더 좋은 물건을 더 빨리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국내굴지의 회사에서 신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새 설비나 새 부품을 일본에서 사올 때 그들이 먼저 무엇을 개발하려 하는 지를 알아차려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는 것을 실토한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중요한 부품과 최신설비는 모두 외국에 의존하여 언제까지나 선진국제품에 뒤쳐져 따라만 가면서,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언젠가는 우리도 최고의 경쟁력을 갖는 일류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지 통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내가 쓰는 설비 그리고 우리가 상품을 만들어 내는데 필요한 부품과 소재를 모두 국산화하는 것이 우리 기업들이 가장 먼저 하여야할 일이며, 또 이를 써서 만든 완제품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산의 부품과 설비의 질을 높이는데 우리 기업들이 모든 힘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서도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겠다는 꿈은 아예 꾸지도 맙시다! 외국에 천 억불을 넘게 팔아 보았자 도대체 몇 백억 불이나 남나? 설비도입을 하느라 들인 돈, 필요한 부품과 소재를 수입하는데 쓴 돈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를 실현한 중진국들에 뒤져 우리는 점점 후진국으로 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부품과 설비를 국산화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무역흑자를 이루고, 또 부족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기업들이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선진국에서 만드는 부품보다도 더 질 높은 부품이 만들어지도록 협력업체를 독려하였고, 일찍부터 외국기술을 사오거나 외국인력이라도 활용하여 하나하나 자체적인 설계기술을 쌓아 왔다면 환란을 겪는 잘못은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기업은 만들어 파는 것을 우선시하여서는 아니 되고, 몇 개월 이내에 아니면 몇 년 내에 세계최고의 명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의욕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우리 기업들이 살길인 것이다. 일본이 금융 등의 분야에서는 세계적 경쟁력에서 뒤쳐져 있다하나 아직도 제조업분야에 있어서 만은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의심할 것도 없이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부품·소재와 설비는 세계의 첨단을 달릴 만큼 기능성이나 내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중국에 밀리지 않고 계속적으로 수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세계최고의 부품과 설비를 만들어내고, 또 이를 쓴 최종상품이 질과 가격 면에서 월등하게 좋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최고경영자가 제일 많은 관심을 둘 곳은, 국산부품을 쓴 값싼 장비를 구매하여 생산라인에 깔고, 국산부품으로 조립하여 생산품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그는 이를 맨 앞에 서서 독려를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이런 말을 하겠지. '국내에서 아직 생산이 되고 있지 않아서…', 이도 아니면 '아직도 내구성이 떨어져서 이것으로 상품을 만든다면 모든 상품이 반품이 될 지경에 이를텐데, 어찌 국산품만을 강요할 수 있겠느냐'고 변명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만은 외국의 것을 사다가 쓰는 것이 당연하겠다. 그러나 단 한가지 지금의 국산설비와 부품이 아직은 성능이 떨어져서 이것으로는 도저히 세계시장에 내놓을 상품을 만들 수가 없다면 당장은 외국산 설비와 부품을 써야하겠지만, 소규모 생산라인일지라도 한 라인만은 국산장비와 국산부품을 써서 상품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이 라인에서는 국내의 설비와 부품업체의 사람들과 같이 외국의 것보다도 성능이 더 우수한 최고의 상품이 나올 때까지 함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런 기술개발은 어차피 외국에서 도입된 기존의 기술이 밑바탕이 되겠지만, 이때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쉽게 가질 수 있는 좋은 생각까지도 보태질 수 있다면 외국에서는 가지지 못한 독특한 상품의 개발도 나올 수가 있지 않겠는가! 만약에 자기회사의 직원이 부품이나 설비제작업체의 직원과 함께 최종상품의 개발이 아닌, 외국의 어디서든지 사다 쓸 수 있는 설비나 부품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면 '왜 그런 일을 하느라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느냐'고 호통을 치는 경영자가 많을 것이다. 지금 당장 기업을 운영할 자금도 없는데 어찌 우리의 일이 아닐 수 있는 것에 쓸데없이 돈을 뿌릴 수 있겠냐고 할지 모르지만, 「세계에서 최고의 상품을 제일 먼저 만들어 낼 수 없는 즉 내일이 없는 회사」는 얼마 못 가서 쓰러질 것이다. 외국으로부터 설비와 부품은 얼마든지 수입해 쓸 수 있다고 하지만, 내가 필요로 하는 설비나 부품이 국내에서 생산이 되고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이 되면 물량조절이나 품질의 하자를 없애기가 쉬워질 것이다. 그리고 환율의 변동에 민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국내외에서 소화되는 물량에 한계가 있어서 만들어내도 도저히 이익을 낼 수가 없어 만들 필요가 없는 것만은 제외하고, 잘만 만들면 이익을 낼 수 있는 부품과 설비는 모두 국내에서 만들도록 이를 사용하는 최종의 조립회사와 같이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국산의 설비와 부품을 써서 생산하는 라인에 최고경영자의 관심이 쏠려 있어야 하며, 여기서 일하는 직원은 최고의 인력으로 꾸며져야 하고, 그리고 개발이 끝나면 두둑한 보너스도 지급되어야 할 것입니다. 괜히 국내의 전문생산업체가 건재하고 있는데도, 우리 회사가 쓰는 물량이 엄청나니 그것을 생산하는 자회사를 만들어 내부거래를 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접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기술력을 갖춘 전문생산업체가 있으면 그 회사가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밀어 주어야 한다. 어느 정도 소모량만 있다면 그것을 쓰는 대기업이 자회사를 만드는데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독점적으로 납품처를 갖고 있는 자회사는 믿는 구석이 있어 기술개발을 게을리 할 것이고, 어느 정도 기술력을 쌓아온 전문업체는 커다란 납품처를 잃고 닭 쫓던 개꼴이 될 터이니 우리는 세계최고의 기술력하고는 점점 사이가 더 벌어질 것이다. 제발 최고경영자는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져 구조조정을 합네하고 사람을 잘라 경비를 절감하려는데 그치지 말고, 내일에는 기필코 모든 것이 국산화된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각오로 직원들을 독려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는 수출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수입을 크게 줄이고 수출을 더 늘인다면 우리 경제는 언제나 활력 있게 뻗어 나갈 것이다. 왜 벌기 어려운 외화를 그토록 쉽게 외국에 내주나? 우리가 조금만 힘을 모으면 얼마든지 국산으로 대체하여 경쟁력 높은 최종상품을 만들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최종상품을 만드는 회사와 부품과 설비업체가 한 덩어리가 되어서 기술개발을 하는 것은 선진국에서 흔한 일이 아닌가. 부품을 만드는 회사나 이것을 쓰는 회사는 한번도 써보지 않은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 위해, 서로가 요구되는 성능에 이르기까지 협조하여 기술개발을 하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우리도 선진국이 되어야하니 상호간의 협조는 지금보다도 더 밀접하여야 하나, 책임에 관한 한 분명하게 하여 어느 곳에서도 경쟁이 살아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업경영인이라면 왜 학회나 기술세미나에서 빠짐없이 참석하여 학문의 발전을 지켜보고, 또 자신의 기업에 접목할 수 있는 기술을 찾으려 하지 않고, 아직도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는 것인가? 아직도 접대하다 날을 새고 있는 것인가. 납품하는 업체를 구어 삶아서 좋지도 않은 상품을 납품하려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렇듯 하는 한탕주의가 얼마나 생명력을 갖고 있겠는가.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내면 접대 없이도 제 값을 받고 납품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외국에서 도입한 남의 기술에 또는 낡아빠진 옛 기술에 언제까지 매달려 있고자 하는가. 이제 납품을 술과 골프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곧 사라질 것이다. 오직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 내는 최상의 상품만이 세계시장에서 살아 남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업체는 팔 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단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소기업이 많은 대만에 있어서는 투자업체의 비율이 45.4 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 상품이 대만에 비해 품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기술개발은 정부의 지원금이 나온다면 이를 써서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남의 돈이 아닌 내 돈으로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대만은 품질의 향상뿐만 아니라 원자재산업의 독과점규제강화와 공동구매지원, 기초원자재수입관세인하, 물류개선, 환율의 안정적 운용, 전문인력의 양성을 꾀하여 우리보다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다. 이 정도라면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뛰어넘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기에 우리도 우리 자신을 뒤돌아 볼 필요가 있겠다.
한편으로 첨단산업에 있어서는 최초이며 최고품질의 상품만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이를 만들어 내는 기술을 잘 아는 전문경영인들이 회사를 이끌어 가는 추세다.
이제 우리나라도 첨단분야에서의 전문경영인으로 상품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최고의 실력자들이 발탁되고 있다. 그러니까 돈만 있으면 외국에서 설비를 도입하고, 또 부품과 소재를 들여와 대량생산을 하여 국내와 외국에 팔았던 시대는 끝이 난 것이다. 그러기에 옛날에는 돈의 흐름을 잘 아는 재정통이 전문경영인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닌 것이다. 이렇게 시대가 바뀌어 기술개발 등에서 치열한 국제경쟁을 치러야 할 우리기업에 신출내기인 재벌 2세, 3세가 그룹을 운영하겠다고 뛰어드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쥐뿔도 모르며 외국에서 호사스런 유학을 하였다고 곧 바로 경영진에 참여를 한다지 않은가. 20년 이상의 현장경험을 갖지 않고서는 도저히 차지할 수 없는 이사자리를 그리도 쉽게 차지할 수 있다니 이런 회사들이 어찌 올바로 된 회사라 할 수 있겠는가. 경영인으로서의 재능이 전혀 검증을 받지 않았음에도 그룹의 주식을 상당량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영층이 될 수 있단 말인데, 이게 될 법한 일인가? 그렇다고 그가 갖고 있는 주식에는, 자신이 땀흘려 벌어서 산 것은 한 주도 없고 오직 변칙증여로 갖게된 것들뿐이라지 않던가. 이것은 기업이 갖고 있어야 할 이익을 대주주의 2세에게 변칙적으로 넘겨준 탈법적 증여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작은 부자는 자신의 노력에 의해 이룰 수 있으나,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을 우린 많이 들었다. 이 말이 무슨 변치 않는 진리는 아닐지라도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이야기라면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에 의해 터득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이런 말도 있다. 「부는 삼대를 가기가 어렵다」는 말 말이다.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사람은 돈을 우습게 보아 돈을 놓치기 쉽다는 이야기이겠다. 이런 말들이 어느 정도 맞다하면 적어도 큰 부자가 되려면 하늘의 도움과 자신의 노력이 같이 어우러지지 않으면 아니 되므로, 아무리 큰 유산도 부를 유지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아니 될 진데 왜 그 많은 자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안간힘을 쓰는지 통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다. 자식이 돈버는 재능이 있고 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우릴 줄 안다면 물려준 재산이 없어도 얼마든지 큰 재산을 스스로 일으킬 수 있지 않겠는가. 떳떳하지 못한 증여로 경영권을 무리하게 세습을 한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잘못된 세습으로 결국은 회사를 망하게 하고, 자식을 불행하게 만들었던 예가 어찌 한 두건이었던가.
십 년 사이에 30대 기업의 반 이상이 바뀌었고, 60년대 10대 그룹 중 두 그룹만이 아직도 10대 그룹 내에 있듯이 부침이 심한 기업의 생존은 오직 그 기업이 갖고 있는 경쟁력에만 의존하고 그 경쟁력은 최고경영인의 능력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일 것이다. 여하튼 실패한 경영인의 행태를 보면, 어느 누구는 직원을 금쪽 같이 여기지 않고 정경유착에 필요한 비자금을 쉽게 빼내기 위해 무모하게 거대장치산업에 뛰어들었다 망했고, 어느 누구는 전문경영인이면서도 주주를 섬기지는 않고 이 기업을 이용해 사욕을 채우려다 회사를 말아먹었으며, 또 어느 누구는 최고의 상품으로 세계시장을 뚫을 생각을 않고 국내에서도 이류인 상품을 실어 내가기에 바쁘다가 망했다. 대체로 상위 30대 재벌그룹이 우리나라 경제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부가가치의 75 %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한다. 그렇다면 이 상위그룹의 기업들이 번창하여 중소기업들도 이끌고 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를 점점 키워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재벌기업은 모두 잘못된 기업형태를 띠고 있으니까 모두가 망하기를 바라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들 대기업이 망하면 대체로 외국의 다국적 기업에 싸구려로 팔려 국부유출이 될 것이고, 또 우리경제는 다국적 기업들의 손에 놀아나는 경제적 지배에 놓일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기에 말이다.우리 국민들은 재벌기업일지라도 국가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라면, 계속 뻗어나갈 수 있도록 밀어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국가가 시장원리에 내맡기지 않고, 기업규모가 어느 정도 크다고 이것저것을 간섭하며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억제하여 성장을 막아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외국기업들은 국제시장이나 국내시장에서 펄펄 날며 자유롭게 활동하여 저만큼 달려가고 있는데, 우리만 뻗어 가는 우리 기업들을 붙잡고 있으려 하면 어찌한다는 것인가. 무능한 정부가 뻗어 가는 우리 기업들을 붙잡고 있을지라도, 우리 기업들은 국제경쟁력에 전혀 뒤지지 않는 기업체질을 만들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그것은 꾸준한 기술개발로 국내에서 세계최초이고, 또 최고의 부품과 소재 그리고 생산설비를 만들어내, 우리가 만드는 상품이 세계인 누구나 갖고싶어 하는 물건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2. 노동생산성
   국가의 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에서 나오고,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그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종업원들로부터 나온다 한다. 그런데 구매력평가지수를 적용한 2000년 우리의 1인당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은 3만 935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 비교대상 25개국 가운데 20위를 차지했다한다.(한국생산성본부 발표자료에 따름) 경제협력개발기구 비교국 중 1인당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이 가장 높은 나라인 미국은 6만 6341달러로 우리의 두 배가 넘는다. 우리보다 노동생산성이 낮은 나라는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멕시코, 터키인 5개국뿐이었다 한다. 이런 결과를 생산성본부의 한 전문위원은 '한국 노동력의 질이 낮아서라기보다는 첨단장비가 갖춰지지 않은데다 서비스산업이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부가가치생산성을 높이려면 컴퓨터, 소프트웨어, 정보처리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고 또 제조업분야에서는 기술을 개발하고 좋은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한다. 남들은 생각을 팔아 돈을 쉽고 많이 버는데, 우리는 아직도 돈이 조금밖에 되지 않는 것에 매달려 땀흘려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인가? 특히 첨단산업부문에서는 창의력과 열정이 있는 종업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한다. 그러기에 과거는 국가의 저력이 인구의 수에서 올 수 있었으나, 이제는 인구의 자질이 국운을 가르게 되었다.
21세기는 지식산업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지금은 「창의성의 전쟁시대」라 한다. 그리하여 다양한 분야의 창의적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벤처기업을 창업한 한 기업가는 책과는 너무도 다른 세상에 놀라며 예상하지 못한 문제에 매달려 전전긍긍하였던 경우가 종종 있었단다. 이러한 고민은 창의성의 부족 때문이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벤처 사업가에게 부족한 창의성을 젊은 직원들을 통해서도 메울 수가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한다.
한때 우리의 학생들은 어느 학교를 다녔다는 이력을 쌓으려는 「지식소비자」여서 졸업장은 지식을 얼마나 소비하였는가를 보여주는 계산서에 불과했단다. 그러나 이제는 어떠한 지식을 가졌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를 아는 「지식생산자」로서 능력을 갖추어야하는 시대가 왔다한다. 그래 선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전문대를 다시 다니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런 낭비를 막기 위해서 새 시대의 교수는 학생들에게 지식전달 위주의 강의를 하지말고 응용력·종합력·판단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내용의 조벽씨의 글을 월간지에서 읽을 수가 있었다. 요사이는 '사람은 써야 하겠는데 쓸만한 사람이 없다'라는 글을 쉽게 접할 수가 있다. 앞에서 밝힌 창의력이 부족한 사람이 태반이겠기에 나온 말이겠다.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하나 이를 어떠한 경우에도 잘 활용할 줄을 모른다면 그런 지식은 아무 쓸모가 없을 것이다. 왜 이런 죽은 지식들을 갖게 되었을까?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적인 내용도 곁들여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다고들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로는 실무에 앞서 이에 필요한, 기초적인 것으로부터 응용에 이르기까지 꿰뚫어 알고 있는 완벽한 지식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나를 알아도 왜 그래야만 하는 것인가를 처음부터 끝까지를 알아차려 어느 경우에도 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완전하게 이해하고 있는 지식들을 갖고 있어야한다. 그러나 이보다는 다녔던 학교의 이력에 따라 붙는 토막적인 지식들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를 뽐내고들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가질 때가 많다. 박사라는 사람도 자신이 공부한 분야에 관한 한 폭넓은 기초적인 지식을 갖고 있어, 이로부터 그 자신이 접하는 어떠한 문제에서도 합리적인 해결점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되는데, 이보다는 단편적인 지식을 내세워 억지를 쓰고있는 것을 종종 볼 수가 없지 않았던가. 창의적인 지식생산자는 21세기에 들어서 갑자기 필요로 하게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옛날에도 이들이 필요했다. 몇 십 년 전에는 선진국에서 이들이 활동하며 자신이 속한 국가의 경쟁력이 세계최첨단을 이루어 앞서 달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런데도 지금과 앞으로는 새로운 지식의 탄생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수밖에 없어, 너도나도 창의적 지식창조를 부르짖고 있는 것이 아닌가한다. 앞서가는 나라들도 이렇게 지식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지금은 그들보다도 쳐져 있는 우리가 어떠한 각오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여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더 높이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점을 더 강조할 필요가 없겠다.
지금 우리 주위에서는 사십대 후반에서 오십대 초반만 되면 기업으로부터 퇴출되어 새로운 어떤 일을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는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직장생활 이십 년에서 삼십 년에 이르면 자신이 하는 일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 있으므로 이들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회사로써는 무엇보다도 더 많은 이익을 얻어 낼 수 있을 텐 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왜 이들이 직장으로부터 떠나지 않으면 아니 되나? 단지 급료를 많이 받아서 …. 그렇다면 급료보다도 더 높은 생산성을 얻어내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십대 후반에서 오십대 초반에 직장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은 그만이 갖는 지식이나 기술을 갖고 있는 현장의 사람들이라기보다는 대학을 졸업하고 과장, 부장을 지낸 관리직의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대학을 나오고 몇 년 있으면 대리가 되고, 그리고 얼마큼 지나면 과장이 되어야 한다. 만약에 이 진급과정에서 탈락이 되면 무능한 사람으로 찍힐 수밖에 없다. 이렇듯 뒤지지 않고 직급이 올라가면 좋아하였겠지만, 이들은 갈수록 현장과 실무에서 멀어져 어느 직급 이상은 아예 하루종일 자기자리와 회의실을 왔다 갔다 하다가 퇴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였을 것이다. 만약에 이런 과장이나 부장에게 그 과나 부에서 하고 있는 실무에 대하여 꼬치꼬치 파고들며 물어본다면 얼마만큼 대답을 할 수가 있을까. 근무연한이 길면 길수록 보다 더 깊이 알고 있는 전문가로 될 수가 있기 때문에, 아주 세부적인 것은 물론 포괄적인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들 사이의 연계성을 훤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관리직 사람은 그의 자리가 오르면 오를수록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변해가지는 않는지 의심스럽다. 순환보직이나 담당업무의 범위가 넓어져 더 폭넓은 것을 알 수밖에 없는데, 어찌 더 모르는 사람으로 변할 수가 있느냐고 나를 꾸짖을 지도 모르겠다. 보직을 받으면 무슨 일을 하나? 보직을 받는 날로부터 현장이나 실무의 세세한 업무에서 완전히 떠나 단지 밑의 직원을 잘 관리하는 일만이 그에게 주어진 일이 되는 것이었다. 외국에서 만들어진 설비를 그리고 생산기술도 모두 도입하여 그들이 만들어준 운영지침서에 따라 하기만 하여도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았을 때에는 그런 조직으로 운영을 하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또 회사가 점점 커져 새로운 인력을 계속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니 될 때는, 먼저 입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무를 담당할 새사람들을 관리하기만 하여도 되기 때문에 관리직으로 승진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외국에서 설비와 기술을 도입할 때, 왜 그렇게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알짜 내용을 빼고 단지 운영지침서만 넘겨받아 생산을 하게 되면, 상품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만 해도 우리 뒤를 쫓아오는 나라들의 생산수준이 제법 떨어져 있어 질을 향상시키지 않고 만든 상품으로도 외화를 벌어올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후발국들이 우리 뒤를 바짝 쫓거나 우리와 어깨를 같이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는 선진국수준을 넘는 기술을 우리 스스로 개발하지 않으면 아니 되게 되었다.
그러기에 새로운 것을 찾아내 훌륭한 상품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의적인 전문가가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관록으로 버티려하는 비전문가는 어디에서도 살아 남을 수가 없게 되어, 이제 이들은 자기자리를 찾지 못하고 밀려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직장에서 어느 일에 관한 한 세계의 어느 누구와 다투어도 뒤지지 않는 전문가가 되어 있어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여기에 적응되지 않으면 아니 되도록 되었는데, 아직도 세계적인 전문가하고는 거리가 멀다면 그 사람은 그 자리를 떠나야 할 것이다. 2580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나라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은 대리급 20, 과장급 50, 부장급 80, 그리고 임원급 100 퍼센트를 잘라야 한단다.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다. 기술자라면 나는 이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고 또 연구하고 현장경험을 쌓아 세계 어느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전문기술자가 되어야겠다는 의욕이 자신이 직업을 놓을 때까지 불타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왜 기술자가 보직을 받아 책상에 앉아 있고자하는가. 그리고 책임을 나누기 위해 비생산적인 회의나 주재하려고 하나. 기술이란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되는 변할 수 없는 진리가 담긴 과학을 근거로 하고 있지 않나. 이 변하지 않는 원리를 하나하나 익히고 응용하면 어떠한 기술적인 문제도 풀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입사 몇 년이 되면 하던 일은 나 몰라라 내팽개치고 밑의 사원들 꽁무니만 쫓아다니려 하나.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꼭 사원들만의 책임만은 아닐 것이다. 회사는 자기회사가 커지고 튼튼하려면 진정한 전문가 직원을 두면 둘수록 빠른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 피라밋 조직보다는 수평적 구조로 보직자수를 줄여 직급이나 직책에 관계없이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보직수당을 듬뿍 주기보다는 직원이 할 수 있는 능력과 그가 하는 일의 가치에 따라 돈을 주어야할 것이다. 생산현장을 떠나 보직만을 갖고 있는 사람은 같은 직급의 현장근로자보다도 급료가 낮아야 현장에서 땀을 흘리기를 더 원하지 않겠는가. 생산적인 업무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대우를 제대로 받을 때 학연, 혈연, 지연은 도외시하고 한 우물을 파 회사가 꼭 원하는 전문가가 되어 회사의 이익을 창출해낼 것이다. 그리고 회사는 왜 쓸데없는 순환보직을 시켜 사원들을 바보로 만들어 가나. 한자리에서 수십 년 동안 한가지 일만 하여도 충분히 대우를 받게 하여야 한다. 보직이 없어도 그 능력에 따라 직급을 올려주면 제 흥에 겨워서 한가지 일에 몰두하지 않겠는가. 시켜서 하는 일이니까 마지못해 하는 사람과, 이 일은 내 일이니까 최선을 다하려 하는 사람이 왜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나. 마지못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인맥을 동원하여 빨리 진급하고 또 오랫동안 회사에 남아있지 않나 살펴보자. 아마도 셀 수 없이 많이 있을 지도 모른다. 일본인 오마에겐이치씨가 대만과 우리나라의 기업현실을 보고 쓴 글이 있다.「… 좁고 깊게 파고든 대만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차이는 엔지니어 수나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인구 일 천 명당 엔지니어 수만 보아도 대만이 한국의 다섯 배쯤 된다. 한국의 한 공장에 가봤더니 중요한 일을 하는 엔지니어는 이 층의 구석방에서 일하는 반면 법대와 경제과를 나온 사람들은 에어컨이 잘 나오는 본사 사무실에서 편하게 일하고 있었다. 엔지니어를 잘 활용하여야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21세기를 맞아 정보통신산업에서 경쟁을 벌인다면 대만이 유리하다. 어학능력도 한국보다 낫다 …」 대우가 시원찮아서 훌륭한 기술자가 되기를 포기하는 것인가. 근로의욕이 없어서 기름때 묻히는 것을 회피하고들 있는 것인가. 누구나 할 수 있는 관리업무보다 그 사람이 아니면 그 일을 해결할 수 없는 진정한 전문기술자가 되어야 회사를 옮겨서라도 오랫동안 회사에 남아있을 수가 있는 것이 아닌가. 만약에 훌륭한 기술자가 되려면은 단순한 공정이나 관리직에 투입되는 대기업을 택하기보다는 사람의 손을 거치고 새로운 생각이 묻어나야 훌륭한 설비나 부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중소기업을 택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기술을 모아쓰기만 하여도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부품이나 설비를 아직도 외국에서 많이 수입하고 있다. 기술을 갖고 있는 우수한 인재들을 모으면 국산화를 시킬 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에 수출까지도 가능할 텐데 말이다. 이제 젊은 기술자들은 머리만 쓰려고 하지말고, 머리와 손을 함께 쓸 수 있는 중소기업에 많이 가야 할 것이며, 중소기업은 그런 우수한 인력을 영입할 수 없을 것이라 하여 지레 겁먹지 말 것이며, 또 그들을 끝까지 붙들어 놓을 수 있도록 주식을 같이 나누어 가져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의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회사가 많은 이익을 내야 주식가치가 높아 질 테니 회사가 점점 커가는데 모두가 힘을 합칠 것으로, 우수인력이 중소기업에 몰리는 바람만 분다면 튼튼한 중소기업들이 수없이 생겨날 것이다. 이런 중소기업은 노동에 의지해 값싼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부터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부가치의 부품, 소재 및 설비를 생산해 내는 첨단의 중소기업으로 커가야 할 것입니다.
한편으로 해마다 임금인상폭을 놓고 재계와 노동계가 힘겨누기를 한다. 노동계는 언제나 경총의 임금인상지도선이 '노동자들의 적정임금요구를 외면한 처사'라고 주장했으며, 경총은 '생산성을 웃도는 임금인상은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실업을 높이기 때문에 임금인상도 이에 맞추어야 한다'고 반박을 하였다. 해마다 노동생산성 증가율과 임금상승률이 발표되곤 한다. 어느 해에는 임금인상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보다 높았느니 혹은 낮았느니 한 발표가 있었다. 만약에 지금 받고 있는 임금이 적정하다면 임금인상은 노동생산성의 증감에 따라 거의 같은 비율로 늘이거나 줄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생산성증가는 없는데 물가가 몇 퍼센트 올랐으니까 여기에 맞추어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은 국내기업과 아울러 앞으로의 국내경기를 어렵게 하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면 얼마만큼 받아야 적절할까. 국내의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비교를 하나. 아니면 외국과 비교를 해보나. 경총에서 내 놓은 자료를 보면 1987년과 99년을 비교할 때 국내총생산대비 임금수준이 우리나라가 1.49에서 1.72로 가파르게 올랐는데 같은 기간에 일본은 1.30에서 1.22로, 미국은 1.13에서 0.90으로 그리고 대만이 1.10에서 1.07로 낮아졌고, 싱가포르는 0.73에서 0.84로 언제나 1이하였다. 지금 우리의 임금수준은 경쟁국보다도 높은 것이다. 다른 기준을 살펴보아도 우리의 임금상승은 너무 가파르다. 근로자의 임금지수를 87년을 100으로 볼 때 99년에는 448.9로 네 배 이상 올랐으나, 같은 기간에 일본이 127.4, 미국이 146.5이고 대만이 245.5였다. 받은 임금액은 87년에 한국이 사 백 불로 대만의 484불보다 낮고 일본의 18%, 미국의 23%밖에 되지 않았으나, 99년에는 한국이 1,241불로 대만의 1,169불보다 높고 일본의 35%이고 미국의 49%에 이르렀다.
우리의 임금이 가파르게 올라 경쟁력에 문제점이 있겠으니 임금을 깎자고 하면 모두가 펄쩍 뛸 터이니 임금을 적게 올리거나 동결하고, 이를 벌충키 위해 노동자들이 만들어 내는 상품의 값이나 일의 가치를 국제비교를 하여도 크게 높아지도록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니 되겠다. 이제는 임금인상에 목매기보다는 노동생산성을 몇 곱이나 높일 수 있도록 자신의 능력을 높이고 하는 일에 심혈을 쏟을 수밖에 없다. 만약에 우리가 노동생산성을 높여 국내외에 경쟁력이 높은 상품들을 만들어내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또 무역흑자가 늘어나면 우리의 일인당국민총생산이 이만 불 삼만 불로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더 윤택해지겠는가. 일인당국민총생산이 이삼 만 불이 되려면 환율이 아마도 일불 당 오백 원 내지 육백 원이 되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받고 있는 임금을 그대로 받고 있어도 일인당국민총생산은 만 불에서 이만 불로 갑자기 뛸 것이다. 이렇게 된다고 우리의 생활이 갑자기 더 좋아질 것이 무엇이 있겠나. 원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수출품의 달러가격을 갑자기 두 배로 올릴 수는 없을 테니 원으로 표시되는 생산원가를 낮출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급료를 줄이지 않으면 아니 될 테고, 집에 들어오는 돈이 줄면 씀씀이도 따라서 줄여야 하겠다. 왜냐하면 석유와 같이 수입에 많이 의존하는 것들은 값이 내릴지 몰라도 나머지의 물건값이나 요금은 그대로인 경우가 허다할 테니까.
그러기에 우리나라가 부자나라로 된다는 것은 아마도 오직 숫자놀음에 그치고 말지도 모른다. 바로 이웃나라 일본에서 이 같은 일이 십 오육 년 전에 일어나지 않았던가. 임금이 많고 적은 것에 매달리기보다는 아끼고 규모 있게 쓰는 일만이 선진국의 국민으로써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앞으로 우리도 일본이 하였던 것처럼 집과 회사에서 「마른 수건 다시 짜기」를 하여야 할 때가 올 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노동자들은 노사간에 원만한 해결이 이루어지도록 하여, 무리한 요구와 파업으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보고 결국에는 자신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까지 몰고 가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리고 손에 기름때를 묻히지 않으려고 편한 자리만 쫓아 십 년이나 이십 년 뒤에는 아무 일도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관한 한 세계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전문가가 되도록 책도 많이 보고 또 일 앞에서는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면 회사가 어려워 나가달라고 할 때 왜 망설이겠나. 어디든지 그가 할 일이 널려있을 것이다. 이삼 십 대의 젊은이라면 머리를 쓰고 손을 써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아니 되는 중소기업에서 로버트를 만들고, 그리고 나서 노안으로 접어드는 사십대 후반에야 로버트를 돌보면 되는 대형조립공장으로 옮길 생각을 해야지, 젊어서부터 대기업만을 찾아서야 되겠는가. 그리고 이제 대기업도 머리를 많이 쓰지 않고 생산라인에서 단지 성실하게 일만하면 되는 직종이라면, 급료를 낮추어 쓸 수 있는 오십대를 뽑아 써야할 것이다. 나도 월급쟁이이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받는 돈과의 가치를 비교해보곤 한다. 나로서는 가슴에 찔리는 점이 없지는 않다. 솔직히 지금의 나의 노동생산성은 형편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볼 때 적게 받는 것이 아닐 텐데 왜 저렇게 억지를 부리나 하는 심정이 들 때도 있다.
60년대 후반에는 일본경제에 기우는 한국경제라는 어두운 기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나도 덩달아 내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걱정에 괜한 울분이 쌓였던 적도 있었다.
우리가 외자를 도입하여 세웠던 공장도, 그리고 합자로 세운 공장도 최신의 공정과는 거리가 먼 설비를 도입하였다. 한 예로 부강에 세웠던 PVC공장은 아세틸렌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카바이트를 만들고, 염화수소를 만드는 공장을 같이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아니 되는 복잡한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비쌌다. 그 때 벌써 세계의 최신공정에서는 납사분해에서 다량으로 나오는 에틸렌으로부터 염화비닐을 만들고 있어, 우리가 생산하는 것은 전혀 국제적 경쟁력을 가지지 못했다. 한편으로 외국의 합자회사는 낡아서 버리는 공정을 값비싸게 우리에게 팔아 투자비의 상당부분을 투자즉시 건지고, 또 우리로부터 생산품을 값싸게 사서 자국 및 외국에서는 제 값을 받고 팔아 우리나라 공장에서 보는 손해를 벌충을 하였으니, 죽어나는 것은 우리나라의 합작회사와 우리 경제였던 것이다.
그토록 어려운 경제를 다행히도 월남전 특수가 건졌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경제가 호두까기 속에 든 호두알 신세란다. 그러니까 호두알이 비옥한 땅에 심어져 해마다 많은 호두알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까진 호두알 속이 한 입에 털려 들어갈 신세란다.
우리가 잘못된 역사관을 갖고, 또 이로부터 생긴 열등감은 우리 자신이 호두까기 속에 든 호두알 신세를 벗어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스스로 대견해 하며 앞으로 치고 나갈 엄두도 못 가질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나에게 정말로 잘못되어 전달되고 있는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가져왔던 우리 자신을 보고 있는 눈들이 엉뚱한 곳을 보고 있음이 나의 가슴을 메워지게 하는 것이다. 바로 보고 똑바로 가면, 우리가 남들에 앞서갈 길이 보이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적고 싶었다. 그리하여 주말만 되면 글쓰기에 몰두하였고, 이것이 몇 년이 계속되었다. 그리하여 『왜국유감』이라는 나의 일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책을 쓰게 되었다. 내가 왜 이렇게 내몰렸는지는 모르지만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는 정말로 미안한 마음을 아니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나 자신이야 이게 아니고, 이것이라고 강변을 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신기루와 같은 헛것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지 않는가. 우리 모두 생산성 높은 일을 하자고 나는 떠벌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만은 아니지만 나도 어서 빨리 나의 일이 아닌 것에서 벗어나, 나의 자리로 돌아와 끼니를 넘기며 밤늦게까지 일했던 옛날의 정열을 되찾으려한다.

3. 시장원리
   옛날엔 일류상품의 생산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이류와 삼류의 상품도 시장을 가질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일류상품만으로도 과잉상태를 이루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기에 우린 후진국이니까 뒤떨어진 상품으로 버티겠다는 것은 성립되지 않고, 이제는 우리도 선진국과 똑 같은 초일류상품을 만들지 않으면 아니 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의 수출입액이 국내총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다보니, 국내소비의 동향은 물론 수출경쟁력이 우리 경제의 성장의 가부를 결정지을 만큼 수출의 영향력이 크다. 이렇듯 우리 경제가 국제경제의 큰 흐름 속에 들어 있으면서도,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통일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하여 전혀 공론화가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 통 모르겠다. 몇 조 달러의 통일비용을 모아놓자면 매년 몇 천억 달러의 흑자를 보아 기업은 해외투자와 유보자금으로 갖고 있고, 정부는 재정흑자를 쌓아놓으며, 각 개인은 투자나 저축으로 갖고 있어야 할 것인데, 왜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가?
우리와 해외시장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일본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도록 엔화가 하락하고 있어, 지금 당장 무역적자를 보지 않게 우리 경제를 꾸려가기도 어려운데 어찌 그렇게 큰 금액의 흑자타령을 하는 것이냐고 고개를 돌리고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통일은 먼 훗날의 일이니 지금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올 통일을 뒤로 미룰 수는 없다. 그러기에 지금 당장 통일비용을 쌓기 시작해야 한다.
만약에 모든 국민들이 이제는 통일비용을 모으지 않으면 아니 된다는 공감대가 이루어져, 우리가 매년 수 천억 달러의 흑자를 보게 된다면 우리 주위의 나라들이 그대로 내버려두겠는가. 바로 원의 환율상승의 압력이 들어오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원의 가치가 올라 1달러에 오륙백 원이 될지도 모른다. 이 때도 우리 경제가 버틸 수가 있겠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이 어떻게 재경부나 한국개발연구원은 2020년엔 3만 불 시대가 온다는 장밋빛 미래만을 제시하고 있는가? 어떻게 하여 매년 몇 천억 불의 흑자를 볼 수 있으며, 또 급격한 환율상승에도 우리 경제가 어떻게 하여 활력을 잃지 않을 것인가를 정부는 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정부가 하여야 할 일이며, 또 일찍이 이 방법을 국민들에게 홍보하여 공감대를 얻어놓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의 최선을 다하여 수출상품들을 늘려왔다. 그런데 우리의 무역흑자액을 어떻게 하여 몇 백억 불에서 갑자기 몇 천억 불로 늘일 수 있겠느냐고 모두들 묻겠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바로 수입하여 쓰는 모든 부품·소재 및 설비를 외국에서 도입하지 않고 국산화하여 쓰고, 그 일부를 해외에 수출을 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모든 부품·소재 및 설비를 외국에서 도입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선진국들에 비해 기술수준도 떨어져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이 있어 더군다나 더 어렵다할 것이다. 그러나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국산화하여 수입되던 부품·소재 및 설비를 국산으로 대체토록 할 때, 이것이 우리나라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를 몇 가지 자료를 가지고 살펴보자.
88년부터 97년까지 십 년 동안 무역수지는 569억불의 적자를 보았다. 그런데 98년과 99년인 2년 동안 무역수지는 629억불의 흑자를 기록하였다. 주원인은 외환위기로 설비투자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란다. 이때 부품·소재산업과 자본재인 기계류의 무역수지를 보면 88년부터 십 년 동안 적자가 977억 불이었으나, 98년과 99년인 2년 사이에는 278억불의 흑자를 나타냈다. 그리고 99년도 100대 부품·소재의 수입액은 336억 불로 자본재수입의 56.8%이었고, 전체수입의 28%를 차지했었다. 이 중에서 상위 10대 품목의 수입규모가 165억 불에 이르렀다. 분야별로는 전기·전자가 233억 불로 가장 많았고, 화학·섬유소재 32억 불, 일반기계 및 금속소재는 각각 25억 불이었으며, 수송기계는 22억 불을 나타냈다. 이 때 심각한 것은 수출주종품목과 첨단시설재의 부품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실례로 휴대폰의 수입의존도는 55%로 99년에만 21억 불을 수입했고, 개인용 컴퓨터는 50%를 수입에 의존해 11억 불을 수입하였다. 이같이 우리는 첨단의 부품과 설비를 외국에 의존하지 않으면 세계시장에서 잘 팔리는 첨단제품을 만들 수 없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큰 문제로 우리가 수입하는 부품과 설비가 일본과 미국에 치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2000년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수입한 것은 318억 3천만 불로 총수입비중의 19.8%를 점하였으며, 미국은 18.2 %를 그리고 중국이 8%에 이르렀다. 이 때 미국과 중국에는 흑자를 이루었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113.6억불의 적자를 보았다. 일본에 대한 막대한 무역적자는 한두 해에 그친 것이 아니라 해마다 되풀이되었던 것이다. 최근의 예를 보아도 우리나라 무역적자가 심했던 96년과 97년에 자그마치 157억불과 131억불의 적자를 보았다. 전체적으로 무역흑자를 보았던 98년과 99년에도 각각 46억불과 83억불의 적자를 보았다. 왜 일본에 대하여서는 이렇게 큰 적자를 보게 되었나. 일본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취하였던 수입다변화조치를 해제하여 소비재수입이 갑자기 늘었기 때문인가. 소비재수입도 얼마간 늘었겠으나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을 보면 원자재가 32.1%를 점하고 자본재는 63.2%를 차지하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삼 백억 불 정도를 부품·소재 및 설비를 도입하기 위해 일본에 지불하였던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가 국산화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손쉽게 외국에서 설비를 도입하여 공장을 짓고 그리고 외국에서 부품과 소재를 들여와 단순히 조립만 하여 내다 파는 것을 되풀이 하다보니 수익률이 말이 아니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겠다. 99년도에 국내제조업체들은 천 원어치의 물건을 팔아 17원의 이익을 냈단다. 이도 부채비율의 축소와 금리하락으로 매출액대비 금융비용부담률이 떨어지는 등 영업호전보다는 영업외요인이 좋아져 경상이익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국내제조업체에서 쓰이는 부품과 설비를 일본이나 미국에서 수입을 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만든 최첨단부품과 설비를 쓰고, 또 이를 외국에도 수출할 수가 있었다면 이 효과가 우리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 것임을 우리는 너무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99년도에 우리는 이웃 중국에 플라스틱 제품(15억 불), 유기화합물(10억 불), 유류제품(6억 불), 원피(5억 불)와 철강(5억 불)등을 수출해서 48억 불의 흑자를 보는 바람의 83억 불의 일본에서의 적자를 얼마만큼 메울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며 또 큰 흑자를 볼 수 있는 길은 일본으로부터의 적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기계와 설비, 부품과 소재를 수입하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이 모두를 국산화를 하면 된다. 그리고 주로 완제품이나 반제품을 팔았던 중국에 일본이 팔고 있는 최첨단부품과 자본재를 우리 것으로 대체되도록 하여 이것을 우리가 팔아야 계속 흑자를 유지할 것이다.
여하튼 외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부품·소재와 설비를 국산화한다면 몇 조원을 들여서 만들어 놓은 지방공단에 공장이 빽빽이 들어서 쉴 새 없이 물건을 만들어 내지 않겠는가?
부품과 설비를 국산화하는 것이 무역흑자를 이루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지 않는가. 이도 앞에서 이야기된 것으로 세계 최고의 부품과 설비를 국산화하였을 때만이 세계 최고의 상품을 제일 먼저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만들은 설비를 쓰고 외국에서 수입한 부품과 소재를 써서 상품을 만들 때 어찌 수입되는 부품과 설비를 만드는 그 나라보다도 더 좋은 물건을 더 빨리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내가 쓰는 설비 그리고 우리가 상품을 만들어 내는데 필요한 부품과 소재를 모두 국산화하는 것이 우리 기업들이 가장 먼저 하여야할 일이며, 또 이를 써서 만든 완제품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산의 부품과 설비의 질을 높이는데 모든 힘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서도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겠다는 꿈은 아예 꾸지도 말아야 된다. 그런데도 2001년의 경기부진으로 자본재 수입 37.2%나 크게 감소하였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자본재는 성장 및 생산에 쓰이는 재화인 만큼 자본재의 수입감소는 잠재성장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우려를 하는 것이다. 자본재는 수입하여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만들어 이를 생산에 활용한다면, 이의 수입액이 준다고 성장잠재력이 떨어질 염려는 없는 것이다. 외국에 이천 억불에 가깝게 팔아 보았자 몇 백억 불이나 남는가. 설비도입을 하느라 들인 돈, 필요한 부품과 소재를 수입하는데 쓴 돈을 빼면 남는 것은 얼마가 되지 않지 않는가.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점점 후진국으로 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나만 알고 있는 듯이 혼자서 흥분하고 있다고 하겠지. 나도 잘 알고 있다. 정부도 일찍부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썼던 것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품과 소재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많은 예산을 쏟아 부었으나 아직도 경쟁력이 취약한 구조는 개선이 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2001년 초에 「부품·소재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이 정식으로 발효되게 되었다. 부품·소재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기술부족을 해결키 위해 대학교수와 국·공립 연구기관 소속연구원은 부품·소재 전문기업의 임직원을 겸직·겸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기술개발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된 기술이 상품화되기 위해서는 상품의 신뢰성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신뢰성 평가 및 인증기관을 지정하여 쉽게 인증을 받도록 하고, 또 보험제도를 도입하여 상품에 이상이 생기면 이 보험에서 보상을 하여주어 부담 없이 개발품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여 신기술 금융회사와 증권회사 등의 금융기관의 전문투자조합결성을 통하여 부품·소재 전문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하고, 조합의 설립과 육성을 지원하고 이때 발생할 수 있는 세제의 감면을 통해 기업의 대형화도 꾀하도록 한단다. 정부는 부품·소재산업 발전위원회, 통합연구단, 투자기관 협의회 등을 설치하여 3∼5년 단위의 부품·소재산업발전 중장기계획도 연도별 시행계획을 세워 추진하겠다 한다. 이 같은 법의 제정과 함께 정책의 굳은 실천의지로부터 정부가 할 일을 잘 찾아내어 차질 없이 잘 할 것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업계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공통된 목소리인즉, 그 동안 정부의 부품·소재산업의 정책이 없었던 것이 아니란다. 단지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하튼 매년 산업기술개발사업에 자금이 지원되도록 지원금을 확보해 왔다. 2001년도에도 자본재 시제품개발사업에 1600억 원, 첨단기술 제품개발사업에 400억 원이 지원되도록 하였다. 이 자금의 이자율도 이 천년에는 7.5%이었던 것을 6.75%로 인하하고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소요자금의 80% 이내에서 30억 원까지 대출되도록 하였다.
대체로 부품과 설비의 제조업체는 중소기업으로 신용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데, 기술력을 평가하여 신용대출을 받도록 한다면 기업이 살아갈 수 있는 숨통을 트여주는 것이 되겠다. 그렇다고 이것만으로 중소기업은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고 제품이 개발되면 수입대체에 따른 무역수지개선효과와 국내산업의 고도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한편으로 원활한 융자가 이루어지도록 간접적인 자금지원도 좋지만 앞에서 밝힌 특별조치법에서 실시하고자 하는 투자조합에 의한 직접투자가 활성화되고 주식의 상장에 따른 대규모증자도 가능케 하여 대형화된 설비 및 부품기업으로 크도록 북돋아 주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의해서나, 또는 기업이 이것만이 살길이라 하여 사운을 걸고 기술을 개발하여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고 선뜩 그 설비와 부품을 사겠는가. 최종상품을 만드는 회사는 설비와 부품들이 원하는 성능만큼 발현될 수 있고 또 품질이, 내구성 등이 만족되어 믿고 쓸 수가 있어야 이를 써서 최종제품을 만들어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지 않겠는가. 설비의 정밀도가 떨어져 규격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또 잘못된 부품을 써서 불량품이 쏟아져 나온다면 어느 누구도 아무리 값이 싸도 사서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정부가 할 일 중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물건의 품질을 곧 바로 평가를 하여 주는 것이다. 물론 특별조치법에 의해 인증기관을 지정하여 손쉽게 인증을 받을 수 있게 한다지만 실제적으로 KS규격을 획득을 하려면 외국의 2개월에 비해 적어도 일년 정도가 걸린단다. 국가가 인증하는 규격을 받았을 때 상품이 쉽게 팔릴 수 있을 텐데 규격인증도 없고, 지금까지 썼던 적이 없어 믿음을 줄 수 없는 신개발 상품이 어찌 시장에서 쉽게 팔릴 리가 있겠는가. KS규격심의만 해도 표준협회라는 민간단체에서 하여 인증을 주도록 되어 있다. 협회의 인력, 시설 등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인증부여의 가부를 결정하여 통보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민간협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표준규격이 외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낡고 허술한 규격이라면, 우리나라의 규격이 외국의 것보다도 품질을 보다 확실하게 보증하여 어느 누구도 믿고 쓸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최첨단이며 까다로운 규격으로 바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내 한 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KS표준 중 14%만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규격에 부합되는 등 국제표준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인식과 대응이 너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편으로 한국의 특허출원건수는 팔만 건 이상이지만 국제표준과 관련된 것은 한두 건에 불과하단다. 그리고 21세기는 네트워크와 디지털시대인 만큼 기기를 서로 연결하는 표준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여 앞으로는 표준을 주도한 기업 세네 개만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가 어떤 일을 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가를 명확하게 알 수가 있겠다. 괜히 지원금을 주어 정부에 의탁하려하는 어린 아이의 근성을 심어주기보다는 각 기업이 치열한 경쟁으로 기술개발을 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정부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모든 상품의 표준화에 앞장을 서야 할 것이다. 기술표준원은 세계 최첨단의 표준규격을 재빨리 만들어내고, 표준협회는 만들어진 규격에 따라 아주 빠른 시일 내에 인증을 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모든 상품이 시장에 나왔을 때는 국제규격이상의 품질로 인정을 받고 나와, 인증을 받은 것이면 누구나 안심하고 쓸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상품을 개발한 회사는 쉽게 자본회수가 가능할 것이다.
정부의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에 대하여 우리는 보다 더 상세히 알아 볼 필요가 있겠다.
정부는 「중소기업기술혁신 개발사업 전략과제」를 만들어 중소기업이 약간의 현물투자를 하고, 같이 기술개발에 참여할 교수나 연구원과 협동연구체제를 이루어 과제심의에 신청하여 선정이 되면 개발비의 상당부분을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애로기술을 파악하여, 이 같은 기술적인 문제를 극복하도록 정부가 앞장서서 기술개발의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뜻은 좋다. 그렇지만 그 중소기업에는 꼭 필요한 기술로 어차피 스스로가 기술을 개발하여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또 기술개발 때에 겪었던 시행착오는 새로운 기술개발의 밑바탕이 되기 때문에 그 기업의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이런데도 왜 기업의 기술개발에 국가의 지원금이 투입되어야 하는가? 기업에 의타심만 길러 줄뿐이다. 지금도 이런 전략과제가 추진되고 있으며, 여기에 덧붙여 부품의 국산화사업에 이와 꼭 같은 방식의 지원을 하겠단다. 정말로 이래서는 아니 된다. 이런 지원은 한정된 기업만에 돌아갈 수밖에 없어, 지원되지 않는 기업은 정부보조를 받는 기업보다 더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정부가 저지르는 불공정행위이다. 정부가 중소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하여 국산화하는데 온 힘을 기우리도록 하게 하는 것은, 중소기업이 스스로 새롭게 개발하여 만든 물건이 잘 팔려 돈을 벌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방법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닐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어렵게 기술을 개발하여 좋은 상품을 만들었는데, 남이 이것을 복사하여 엉뚱한 사람이 돈을 벌었다면 누가 힘들여 기술개발을 하겠는가. 그러니 특허, 실용신안, 프로그램 등의 심의기간을 최단기간으로 단축시켜 심의기간 중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의 공업규격이 세계규격의 그 이상이어서 우리의 표준규격을 획득하면, 어느 나라의 표준규격도 만족시킬 수 있도록 기술개발속도를 곧 바로 따라가도록 표준규격제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기술은 저만큼 앞서 나가는데 낡은 표준으로 기술발전을 가로막고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한편으로 기업이 생산한 상품에 대한 표준규격을 획득하기 위해 신청한 심의를 단시간 내에 완료하여 개발직후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공업규격을 획득한 상품에 대해서도 정부가 수시로 수거하여 재검사를 실시하여, 불량품을 곧 바로 시장에서 퇴출시켜 주어 모든 사람들이 국산품을 믿고 쓰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을 철저히 할 때만이 외국의 설비와 부품을 선호하는 풍조가 살아질 것이다. 이와 같이 표준규격의 제정, 지적재산권의 심의 및 보증에 정부는 막대한 돈을 투자하여야지, 엉뚱하게 기업이 스스로 하여야 할 곳에 투자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발 정부 스스로 불공정행위를 하고, 기업의 의타심을 길러 중소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즉 정부가 끼어 들지 않을 곳에 끼어 들지 않는 것이 진정한 시장원리인 것이다.
이 같은 시장원리도 모르는 경제부처 장관들이 하는 꼴을 보자. 우리나라의 부총리가 일제강점기의 교육이 좋았었다 한다. 앞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그는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포럼 조찬강연에서 「일제 때는 서울과 지방에 명문 중·고교와 대학이 공존하였는데 교육정책의 잘못으로 서울로 학생들이 모두 몰리면서 이런 학교가 없어졌다. 이 잘못된 교육정책중의 가장 큰 요인은 평준화로 특히 수도권 주변도시의 고등학교를 평준화시켜 서울 강남의 부동산 값이 과열양상을 빗는 것이며 청년실업문제도 부실한 대학교육이 원인」이라고 했다. 그러면 그가 옛날에 지방마다 특색 있는 좋은 실업고 중의 하나였다고 예를 들었던 강경상고에 대하여 살펴보자. 옛날에는 상고만 나왔어도 그가 회사나 사회생활을 할 때 전혀 불편을 느끼지 못할 만큼 복잡한 산업사회가 아니었다. 따라서 굳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좋은 곳에 취직을 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우수한 학생들이 강경상고에 지원을 하였고, 따라서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옛날의 강경은 금강을 따라 올라온 작은 배들의 집산지로 풍부한 해산물이 넘쳐나 인근의 도시에 이 해산물을 분배해 주는 상업중심지였다. 따라서 사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니 지원하는 학생들도 많게되고 그 중에는 우수한 학생들도 있어 강경상고가 유명해 질 수밖에 없었겠다. 그러나 지금은 산업사회가 복잡해져 상고졸업생만으로는 좋은 직장의 고위직에 오르는 것은 하늘에서 별을 따기처럼 어려워졌다. 그래서 모두들 상고보다는 대학을 가려고 한다. 또 금강하구둑이 생기면서 배가 들어오지 못하므로 해산물의 집산지로서의 역할도 잃었다. 물론 도로교통이 좋아지면서 배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었기에 위축된 면도 있지만 서도. 그리하여 강경은 활기를 잃게 되었고, 강경상고의 명성도 빛을 잃게 된 것이다. 즉 예전에는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이 농수산업에 종사하였거나, 여기에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다 보니 지방마다 상당한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서울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지 않고…. 따라서 지방에 있는 학교에도 우수한 인력이 유입되어 학교마다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고 나름대로의 특색을 키울 수가 있었다. 그러므로 이것은 일제의 일본관료들과 해방직후의 교육관료가 지역별·학교별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교육정책을 잘 폈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3공화국 이후 농업 등의 일차산업에서 2차 산업으로 그리고 3차 산업으로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급격히 바뀌면서 새로운 산업이 발달된 특정지역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사람이 모여든 지역의 대학은 옛날의 선호도에는 전혀 관계없이 점점 더 지원자가 많아지고 아울러 쉽사리 명문대학으로 바뀌어 왔던 것이다. 특이나 서울은 인구의 약 ¼이, 그리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는 우리 인구의 반이 모여 살다보니 서울소재의 대학들은 점점 명성을 얻어 일류대학으로 향하고, 지방의 이름 있던 대학은 점점 더 삼류대학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별·학교별 전문성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옛날보다도 더 후퇴한 것은 교육정책의 잘못만이 아니고,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집중을 부추긴 경제정책에 더 큰 잘못이 있다 하겠다. 지금도 첨단산업의 활성화니 외국기업의 유치니 하는 핑계로 수도권정비 관련법을 고쳐 수도권에 기업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고 있지 않는가. 행정수도의 이전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또 공장들을 각 지역에 골고루 분산시켜 지역발전에 박차를 가하여도 부족한 실정에 수도권 집중을 부추기는 경제정책을 펴 서울과 수도권지역내의 대학의 집중도를 더 키우면서 교육정책의 잘못이라니 이 무슨 허튼 소리인가. 여기에 덧붙여 침체된 경제에 활성을 주겠다고 부동산경기를 부추기는 경제정책을 펴왔으면서도 교육정책의 잘못으로 강남의 집 값이 오른다고 트집을 잡으니 이를 어찌 한단 말인가? 우리나라 부동산의 공시지가가 국민총생산의 거의 세배에 이른단다. 선진외국처럼 일대일이어야 부동산거품이 아니라는데 이렇게 거품을 키워놓았다가 이 거품이 꺼질 때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서울 아파트의 평균가격이 평당 육칠백만 원에서 일부 투기지역에서는 이천만 원까지 오르고 있다한다. 그리고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 대출의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은행들은 부동산을 담보로 지금까지 없었던 싼 이자로 일반시민들에 막대한 자금을 대출하고 있다. 만약에 환란 후에 일어났던 것처럼 부동산가격이 곤두박질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대부분의 시민들이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돈을 부동산에 재투자하여 떼돈을 벌려하였는데, 부동산가격이 점점 떨어져 매기가 아예 없어져 팔리지가 않게 되면 이자를 갚을 길이 없는 시민들은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힐 것이다. 그리고 돈을 빌려줄 곳을 찾기 어려웠던 은행들은 다락 같이 오른 부동산의 시중가격에 근사한 만큼의 돈을 빌려주었는데, 이 부동산이 반값으로 떨어지고 또 대출자도 신용불량자가 된다면 은행은 커다란 부실을 떠 앉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이 때는 환란 후에 100조 여 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쏟아 넣어 은행부실을 잠재웠던 것보다도 훨씬 많은 공적자금을 투입한다해도 은행부실을 해결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들 한다. 이 때는 부동산경기의 침체와 은행의 부실로 그치지 않고, 삼 사오십 대의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하여야 할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므로 국내소비가 급감하여 우리 경제는 활력을 잃어버릴 것이다. 마치 일본에서처럼 마땅한 대처방법을 찾지 못하고 경제의 활성을 잃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부처가 지금 꼭 할 일은 이 거품을 서서히 잠재워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지우지 않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집중을 지방으로 분산을 꾀하는 것이다. 과감하게 행정수도를 옮기고, 지방에 특색 있는 일류대학들을 키우고, 또 외국회사도 포함한 일류회사들을 육성하여 사람과 산업을 분산시켜야 하는 것이다. 정말로 뭣도 모르는 경제부처관료나 산하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은 경제계에서 교육계에 요구한 6개항의 대책이 받아들여지면 산업에서 필요한 유능한 인재들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가 있다는 것인가. 마치 현재의 일본식 교육체제라면 우리나라의 교육문제가 모두 해결된다는 투이다. 그러나 지금 일본에서도 초·중·고등학교의 학급붕괴와 일본의 모든 학생들이 일류대학에 입학하겠다고 치르는 입시지옥으로 학생들에게 창의성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극렬한 대학입시 준비공부 후에 오는 나태로 대학생들의 실력저하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전혀 모르는가보다. 뭘 모르면 조용히나 있지! 우리는 경제를 총괄한다는 부총리 당신에게 불현듯이 다가올 통일에 대비한 통일비용은 어떻게 마련하겠는가를 묻고 싶은 것이다. '수조달러는 있어야 통일된 남북의 경제에 주름살이 잡히지 않고 균형발전을 할 수 있다고들 합니다. 이 돈을 쌓기 위해서는 매년 백억 불 정도의 흑자가 아니라 수 천억 불의 흑자를 만들어 가는 수밖에 없겠는데 이를 위한 방안을 세워놓았습니까?'
'우리가 해마다 수 천억 불의 흑자를 내면 일본이 85년의 프라자합의에 의해 달러당 이백 삼사십 엔에서 백 몇 십 엔까지 급격한 환율인상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처럼 우리의 원의 가치상승은 불을 보듯 뻔한데 이를 위한 대비는 되어 있습니까?' 원과 엔의 비가 1:10에서 그 비율이 줄면 우리나라의 수출과 흑자가 어느 만큼 줄고 어느 산업이 어려워질 것이란 예측은 들어보았어도, 일불 당 오 육백 원에서 살아 남기 위한 전략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제발 제 할 일이나 똑바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것의 해결방법으로 우리가 쓰는 모든 부품·소재와 설비들을 국산화하여 쓰고 또 최고의 부품과 설비를 내다 팔 수만 있다면 일년에 몇 천억 불의 흑자를 낼 수가 있고, 그리고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각오로 경비를 절감한다면 일 불당 오륙백 원도 버틸 수 있다고 하였다.
이때 정부가 할 일은 기업이 스스로 할 기술개발에까지 보조금을 준다고 호들갑을 떨어 스스로 불공정거래에 휘말리지 말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판만 벌려놓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과 주식거품이 일어 기업의 생산경비를 높여놓지 말며, 그 거품이 꺼질 때 우리 국민이 허탈감에 빠지지 않도록 지방분산정책을 잘 펼치라는 것이다.
한 해에 몇 백 억불에 이르는 부품·소재와 설비를 도입하지 않고 국내에서 자급자족을 할 수만 있다면 적어도 삼십에서 오십 조 원의 국내총생산이 늘지 않겠는가. 이렇게만 된다면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과잉생산체제하에 있어 공장을 가동하면 할수록 점점 손해가 늘어나는 사양산업에서 떠날 수밖에 없는 인력을 흡수할 수가 있겠다. 또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어 젊음을 낭비하고 있는 그들에게도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줄 수 있다. 그리고 아직도 대규모영농과는 거리가 있는 소규모농가가 대규모영농으로 바뀔 때 농촌을 떠날 수밖에 없는 농민들을 새로이 세워진 부품과 설비공장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또한 값싼 노임에 의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부품의 제조는 노인과 주부들의 노동력을 활용하여 경쟁력을 유지하여야 할 것이다. 공장설비의 자동화로 노동의 강도를 낮추어 지금은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은 노동력을 끌어들여 인건비를 줄이자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여성의 노동력이 활용되고 있지 않다. 그리고 노령화된 인력의 활용은 아예 생각도 하고 있지 않다. 이 천 년도에 65세 이상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7%가 넘는 고령화사회로 진입하였다. 15세에서 64세까지의 경제활동인구가 부양해야하는 노령인구의 비율은 2001년에는 10%이나, 2010년에는 14.2%이고, 2030년에는 29.7%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가 부양할 65세 이상의 노인에게도 적절한 일자리를 주자는 것이다. 물론 한 평생을 자신과 가족을 위해 봉사한 노인들에게 다시 일자리로 내몬다는 것은 문제가 있음은 확실하겠지만, 생활양식을 바꾸면 노인들의 건강문제는 반 이상이 해결된다는 주장도 있지 않은가. 노인들의 근로가 노인들에게 적당한 운동이 되고 또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시켜주어, 노동이 건강을 해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건강을 좋아지도록 하는 방향에서 고려해보자는 것이다.
노인들이 자활에 필요한 경비를 벌어들임으로써 부양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경비도 줄일 수 있어 국가경제에 큰 도움이 되겠다. 이 이익을 되돌려주기 위해 노인들이 건강하게 이들에 맞는 노동강도의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인을 고용하는 업체에 세금을 공제하여 주어 노인들에게 무리한 노동을 요구하지 않도록 하게 할 것이며, 또 정부는 노인노동자들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놀이 및 체육시설을 공장이나 공동구역 내에 설치할 때 적극적으로 자금을 보조하여 노인들의 노동이 노동력의 착취가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하여야 할 것이다. 힘들게 일하여야 하는 직장에서 은퇴한 노인들도 가볍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은 노인들을 늦은 나이까지 부려먹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삶에 대한 의욕을 갖게 하고, 또 자식에 의지하지 않고도 스스로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꿈을 꾸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가정에서만 있는 여성인력의 활용도 같은 맥락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다면 풍요로운 가정생활과 자아실현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한편으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항상 상품의 경쟁력에 의해 모두가 뒷받침되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의 유연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돈이 활발히 돌 수 있도록 금융개혁이 이루어져야하며, 정치가들은 국민이 큰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앞날의 무지개를 그려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약자로 인식되어 왔던 근로자들을 감싸기 위해 강력 대응하여야 할 법집행을 주춤거려서는 아니 될 것이다. 성숙되어야 할 노조활동이 언제까지 떼쓰듯 하며 제자리를 맴돌게 할 것인가. 정부와 정치가는 노사간의 타협에 의해 또 전문가 의견이나 외국의 실례를 참조하여 시대에 맞는 노동법을 제때에 제정하여야 할 것이며, 제정된 법률에 따라 엄격한 법적용을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노동자는 한없이 떼나 부리는 약자가 아니며 만약에 이들이 자신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얻지 못하고 또 내일에 대한 아무런 보장도 없이 직장에서 내몰릴 때도 이들의 가정이 파괴되지 않도록,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유지되고 그리고 사회보장이 가능하도록 정부는 법률정비와 기금마련과 같은 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중소기업이 가진 기술이 몇 백년이고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 관련된 상속세를 낮추어 주는 것이다. 세율도 낮추고 일시불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납부할 수 있도록 하여 대가 끊기지 않도록 잘 보호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대기업의 대주주가 이십 억 원도 아니 되는 증여세를 내고 증여 받은 육십여 억 원을, 자신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남들이 튀겨서 이 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만들어 낸 것까지 보호를 받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럴 수 있도록 만들어 놓는 것은 정부의 잘못이 아닌가. 이렇듯 불로소득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법령이 미비하거나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는 정부체제하에 지금 우리가 있기 때문이겠다. 우리의 상속세가 열거주의로 잘못 적용되고 있으니 포괄주의인 법률로 바꾸자고 그렇게 외쳐도 왜 못들은 척 하긴가. 비공개기업은 대주주가 떡 주무르듯 주물러 회사의 자산과 이익을 제멋대로 빼돌려도 법의 처벌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비공개회사라도 많은 소액주주를 갖고 있는 회사에서 대주주의 주식이 고의적으로 낮게 평가되어 남의 손에 넘겨지면 소액 주주들은 간접적인 손해를 보게 되는데도 대주주의 어떠한 행위도 적법하다는 것인가. 왜 법률학자와 사회단체가 불법이라고 고발하는 것은 외면하고 비자금을 뿌려대는 대주주의 족벌만 보호하려 드나. 이러니까 대주주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회사를 쥐고 휘두르는 황제경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잘못된 일이 분명하다면 형벌을 높이고 감리감독을 철저히 하여, 옛날처럼 못된 짓을 하면 회사는 물론 그 자신까지도 돌이킬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진다는 것을 왜 보여주지 못하나. 필요한 틀과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이를 지켜나가 모두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지 않으면 아니 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꼭 할 일이 아니던가. 창피하게도 우리 경제의 불투명성이 중국(87점), 러시아(84점)보다는 낫지만 인도네시아와 터어키와 비슷한 73점으로 5위에 머물렀단다. 이런 불명예를 빨리 벗을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고 모든 주체들이 같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의 고비용구조가 환란 이전의 97년보다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단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기르지 않으면 우리 기업이 살 수 없다고 국제적 기준을 갖추도록 그토록 다그치면서도 정부가 솔선 수범하여 기업의 비용을 낮추어 주어야 할 일은 하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 지 묻고 싶다. 우리 기업이 지금도 갖고 있는 고비용 요인으로는 원자재가격이 32.8%, 물류비가 31.9%, 금융비용이 21.3%, 임금이 9.6%, 지가가 2.5% 그리고 정부규제가 1.9 %라고 꼽는 단다. 일본이 벌써 달성한 에너지 다소비구조의 개선을 아직도 이루지 못해 원유 값이 오르기만 하면 그토록 울상을 지으며 에너지절감투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강화해 달라고 하나. 또 왜 경비 중 금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으니 국내에서 저금리기조를 유지해 달라고만 하는 지 모르겠다. 우리의 기업들이 모두 투명하게 경영하여 각 국의 평가기관에서 밝혀지는 투명지수가 높다면 지금도 국내에서 높은 이자의 자금을 조달하지 않고 값싼 이자의 외화자금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국내자금의 이자율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텐데도 말이다. 앞에서 언급된 비용 중에서 기업의 노력에 의하기보다는 정부의 실천에 의하여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물류비절감을 도와 우리 기업들이 고비용에 시달리지 않고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 통계를 보면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은 경비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보인다. 일 불에 오륙백 원을 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지 않은가? 앞의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우리 기업들이 치르지 않으면 아니 되는 고비용을 들라면 준조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공장을 세울 때 내는 각종 부담금을 없애 준조세를 많이 줄였다고는 하나, 이 같은 준조세말고 들어내놓고 말 못하는 준조세 말이다. 정치자금을 주어도 몇 십 퍼센트에 해당되는 금액만 영수증으로 받아 나머지를 다른 명목으로 메워야 하고, 영수증도 없이 손을 벌리는 감독기관에 상납을 하여야 사업하기가 쉽다하지 않는가. 건설회사는 십 퍼센트 이상을 뇌물로 쓰지 않으면 아니 된단다. 수주기업에서 십 퍼센트를 뇌물로 쓰고 하청기업에 넘기고, 하청기업은 여기서 십 퍼센트를 각 기관에 뿌리고 나서 실제로 일을 하는 시공업체에 재하청을 주었고, 이 시공업체도 십 퍼센트를 뇌물로 쓰지 않으면 아니 된다고 합시다. 그러면 수주 금액의 73 퍼센트만이 투자가 되는데 세 단계의 기업 모두가 이익을 보려면 실제 시공에 투입되는 자금이 얼마로 줄지 않으면 아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러고도 부실시공을 없애자고 목소리를 돋구어 보아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남는 것은 부실 덩어리의 것들뿐이겠다.
이제는 정부보다도 시장의 감시가 더 무서워 졌는데도, 왜 정부의 관료들은 '배 놔라 감 놔라'하며 쓸데없는 간섭을 하려 드나. 간섭이 있으니 뇌물이 따르는 것이 아닌가. 이런저런 핑계로 기업을 규제하려 들지 말자. 오직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판이나 벌려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깃털이 자라나는 새의 날갯죽지를 마구잡이로 자르면 어찌 날 수가 있나. 우리의 기업들이 튼튼한 날개를 갖고 세계시장을 훨훨 날아다니며 활개를 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일 것이다.

4. 외자유치
    「국민의 정부」에서 활동하였거나, 하고 있는 경제관료들이 토론이나 좌담 등에서 이 정부가 잘 한 일로 내세우는 것 중에서 가장 많이 내세우는 것이 환란의 극복과 외자유치일 것이다. 대부분이 '이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는 250억 불에도 못 미치는 외자밖에 유치를 하지 못하였으나, 이 정부의 짧은 기간에 벌써 그 두 배인 500억 불이 넘는 외자를 유치했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러면 그 짧은 기간에 어떤 외자를 유치하였기에 그렇게 많은 외자를 유치하였단 말인가. 그리고 이 외자에 의해 얼마나 많은 경제성장을 일으켰으며, 또 국민소득의 증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단 말인가. 그런데 외자유치에 의해 우리의 국민소득을 크게 높였다는 선전은 들어보지를 못했다. 그렇다면 싱가포르, 아일랜드 등과 같은 나라들에서처럼 외자에 의해 많은 새로운 생산시설이 들어서 추가적으로 국부를 창출하여 국가총생산이 크게 늘어나고, 아울러 국민소득도 증가하였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인가? 우리의 외자유치는 그 돈으로 우리나라에 공장을 지어 생산활동을 높였다기보다는 투기자본으로 밖에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였다는 말인가?
그러니까 외자에 대하여 비판적인 사람들이 말하듯이 더 떨어질 수 없는 주가로 증시시장이 헤매고 있을 때 투자자본이라기보다는 투기성의 외국자본이 증시에 들어와 값을 올려 놓았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도 너도나도 덩달아 들어와 주식 값이 몇 배로 튄 후에 외국의 투기펀드만이 큰돈을 벌고 빠졌지만, 국내의 개미투자자들은 그 바람에 모든 돈을 털리지는 않았는지 의심이 간다. 그리고 생산하는 물품의 국제경쟁력이 앞으로도 뒤지지 않아 계속하여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이지만 환란 때 당장 돈이 필요하여 헐값으로 팔 때, 이를 사들이기 위해 국내자본이 나서기보다는 외국자본이 들어왔다. 그리하여 국가총생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외국자본이 사들인 기업이 국내에서 많은 이익을 내 이것을 자본수익으로 가져가는 바람에 우리의 국부가 계속하여 유출되지 않으면 아니 되는 처지에 놓여 있지는 않은가? 또한 무모한 투자로 빚더미에 앉은 기업이 환란 후에 무엇이든 팔아 돈을 마련하기 위해 헐값으로 부동산들을 팔 때, 이를 사기 위해 외자가 들어와 헐값으로 사서는 비싸게 돠팔므로 떼돈을 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불행하게도 외국의 투기자금이 증시에 들어와 몇 십 조 원의 이익을 챙겼단 말이 많다. 물론 그들이 산 시점의 주가와 판 시점의 주가 혹은 지금 갖고 있는 주가의 시세에 의하여 시산한 것이니 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자 없는 자본의 조달창구가 될 건전한 투자자본의 장이 외국의 투기자본에 의해 투기장으로 바뀌는 바람에 건전한 투자자마저도 외면하게 되어 우리의 주식시장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정말로 답답할 뿐이다. 뭘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 아닌가! 그런 아까운 기업은 외국에 팔아서는 아니 된다는 기업은 지금도 많은 이득을 내고 있으며, 이 기업을 판 그룹은 지금 이익을 창출하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또 300억 원짜리의 빌딩이 외국자본에 100억 원에 팔렸는데, 지금은 국내기업이 그 빌딩을 꼭 필요로 하여 다시 300억 원에 사지 않으면 아니 되는 실정에 놓여 있다한다.
그렇다면 외자유치가 새로운 공장을 짓거나 기존의 공장을 늘이는데 투입되어, 우리의 국부를 키우는데 기여한 외자는 얼마나 되는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오직 투기자본으로 들어온 것까지도 외자유치라고 자랑을 할 것이 아니다. 옛날에는 투기자본이 마음놓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외환관리법이 되어 있어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오지 못하였던 것을 모른 척할 것인가. 마지못해 열어놓은 그 문으로 외자가 마구 들어와 우리 시장을 휘저어 놓고는 재빨리 빠졌다가는 다시 휘젓고 있는데도 외자가 들어온다고 왠 소란이란 말인가. 환란을 일으키게 한 정권이나, 이 뒤치다꺼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서도 잘 했다고 뽐내는 이 정권도 거기가 거기랄 밖에 할 말이 없다. 우리는 환란 직후에 구조조정의 이름으로 잘 나가는 기업을 팔지 않으면 아니 되었다. 돈이 되는 기업을 팔아야만 빨리 팔 수가 있다고 너도나도 돈을 잘 버는 핵심기업을 외국기업에 팔아,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이 진 빚을 갚기 위해 쏟아 붇지 않으면 아니 되었다. 또 망한 기업들을 똥값에 넘기다시피 외국기업에 팔았다. 정말로 너무나 큰 국부유출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느 기업이든 외국인들이 투자를 하여 공장을 계속 돌릴 수만 있게 한다면 그 곳에서 일하는 일꾼들의 노임, 완성품을 만들기까지 필요한 국내부품을 소모하고 그리고 생산된 상품이 소비까지에 이르는 부대비용, 세금 등등에 의하여 계속하여 우리나라에 떨구지 않으면 아니 될 재화도 많기에 아무리 값싸게 팔아도 손해만은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토록 많은 돈을 들여 세워놓은 기업을 국내기업도 아닌 외국기업에 헐값에 넘겼기에 배가 아프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처음부터 자본과 기술들을 들여와 공장을 세우고 이를 운영하면서 이익을 내어 그것을 본국에 송금하는 것까지도 배아파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와 같이 두 손을 들어서 우리나라에 공장을 세우라고 손짓을 하고 또 그들이 어느 나라보다도 더 좋은 조건하에서 기업을 꾸려갈 수 있도록 도와야 되겠다.
헐값으로 기업만 외국의 투기자본에 넘겨주었는가? 달러라면 어느 돈이고 얼씨구 좋다고 투기성자본에 의한 주식투자도 얼마나 반기었나. 투기자본가를 무슨 큰 구세주나 된 듯이 국빈대접을 하던 꼴이 정말로 우리를 답답하게 하지 않았던가. 이런 투기자본에 의해 이십 조니 또는 삼십 조원의 돈이 해외로 유출되었다는 기사도 실린 적이 있었다. 주가가 또 다시 급락하여 육백 포인트 밑으로 떨어졌을 때도, 외국의 투자전문가들은 앞으로 우리 경제가 활력을 찾아 주가가 오를 확률이 높은 나라로 꼽고 있어 외국의 많은 투기자금이 아직도 얼씬거리고 있으니 앞으로 있을 국부유출은 뻔하지 않는가. 우리나라나 외국의 자본이 유망한 기업에 장시간동안 투자를 하여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도록, 우리는 주식투기심리를 투자심리로 바꾸어 외국의 투기자본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주의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이런 국부유출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도록 한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국가의 운영을 책임졌던 그 당시의 정권의 최고책임자와 이를 보좌한 관료들이었을까. 물론 그들이 정책적 잘못을 전혀 저지르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선진기술은 넘지 못하여 선진국의 상품에는 뒤지고,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값싼 상품에 밀려 선진국 상가의 진열장에서 우리의 상품이 점점 사라지는 호두까기에 낀 호두알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도 상품의 고급화에 최선을 다하도록 서로가 다그치고 한편으로 가격경쟁력이 유지되도록 균형된 환율을 꾀하지도 못하였다.
적정한 환율이 유지되도록 하기보다는 아마도 거품의 원고(과도한 원의 가치를 유지시킴)가 되도록 정책을 펴지 않았나 싶다. 여하튼 매년 몇 백억 불씩의 적자를 보고있는 데도 우리 경제의 기본은 튼튼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정부관료나 그 아류들은 왜 이런 허튼 소리만 하며 우리 상품의 경쟁력저하에 따른 자연스런 환율의 저하를 꾀하지 않았던가?
몰라도 너무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고환율정책에 의해 국내상품이 국제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키우도록 자극하기 위함이었던가? 아니면 처음으로 달성한 일인당국민소득 일만 불의 업적을 놓치지 않으려고 그리하였던가? 세계화를 찾으며 초등학교부터 영어교육을 하여야한다고 호들갑을 떨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먼저 세계에 나가서도 뒤지지 않도록 우리 상품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데 총력을 기울였다면 고환율체제에서도 그렇게 큰 적자를 내지는 않았겠다. 그리고 먼저처럼 흑자를 유지하지 못하고 많은 적자를 내고 있었는데도, 왜 적자로 돌아섰는가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있지도 않았었다. 외국의 한 경제평가기관에서 2010년에는 한국이 세계 5개국 내에 드는 경제력을 갖춘 나라가 되겠다고 추켜세우고, 그리고 일본까지도 앞설 수 있을 것이라는 책까지 나오게 되어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기에 바빴기 때문이었던가.
정부의 정책이 느슨하고 국민들이 아무리 들떠있다고 할지언정 돈을 벌지 못하면 회사가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기업가들은 어찌하였는가. 앞으로는 황해시대가 온다고 너도나도 들떠서 투자를 하기에 바빴었다. 더욱이 OECD에 가입하면서 값싼 이자의 외화자금이 무진장으로 넘쳐들게 되었다. 지금까지 돈이 없어 판을 벌리지 못하였던 대기업들은 너희 기업이 그 사업으로 돈을 벌고 있는데 우리라고 돈을 벌 수 없느냐는 듯이 중복투자에 따른 과잉생산이나 수익률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고 투자만 하였다. 우리나라의 시장이 작으면 무진장한 중국 시장이 어서 오십시오 라고 반기기나 할 듯이 말이다. 중국시장은 우리 뜻대로 열릴 시장도 아니었다. 이런 여러 가지의 잘못에, 외국투기자금의 급격한 회수까지 겹쳐 우리는 환란을 맞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를 초래케 한 「문민정부」를 꾸짖자. 그렇다고 환란을 극복하였다는 「국민의 정부」는 제대로 경제정책을 펼쳤고, 또 펼치고 있는가. 무모한 중복투자에 의해서나, 자기능력을 벗어난 무리한 차입에 의한 투자와 적절한 경영이 이루어지지 못해 환란을 전후에 많은 기업들이 쓰러졌다. 이때 이 기업들을 살리는 길은 오직 외국자본이나 외국기업에 팔아 버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제값도 받지 못하고 똥값으로 외국에 넘기기에 바쁘지는 않았었나. 뜻 있는 사람들이 이것은 국부의 유출이니 그렇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하여도, 일부의 경제학자들은 모르는 소리라 하며 부도난 흑자기업도 마구잡이로 넘기게 하였다.
한 일례로 몇 천억 원만을 투입하여 제일은행을 인수한 외국자본은 제일은행이 안고 있는 부실을 모두 우리 정부가 책임지고 떠 안기로 하는 바람에, 은행이 망하지 않고 살아난다면 투자분의 몇 배는 건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대주주의 하나인 우리 정부는 투입한 공적자금 중 얼마를 회수할 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를 높이고 선진금융기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핑계를 늘어놓고 있지만, 여기에 참여한 돌대가리 공무원들이 나라의 부를 남에게 거저 준 죄 값을 느끼고 나 있는지 모르겠다. 제 값을 받지 않으면 아니 된다는 무언의 압력에 의해 서울은행이 아직도 팔리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손해를 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환란 전후로 쓰러진 기업들이 아직도 회생을 하지 못하고 기업회생작업이나 법정관리에 들어있는 기업들이 많다. 부실화된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빌려 쓸 돈이 어마어마하고 실업과 관련업체에까지 끼치는 영향이 커서 금융기관과 정부는 이들 업체를 청산도 못하고, 그렇다고 살려내기도 어려워 이러 지도 저러 지도 못하면서 아직까지 끙끙대고 있다. 이제 정부만을 믿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국민이 나서서 살려야 할 기업들을 하나 하나 살려가자.
요즈음은 금리가 갑자기 낮아져 부풀릴 수 없는 금융자산 중 좋은 투자처가 있다면 흘러들 자금이 이 백조 원이 넘는단다. 얼마전 한 벤처기업이 증자를 하기 위하여 자금을 모집한다하니 일조 오 천억 원이 몰렸다. 우리가 죽어 가는 기업을 살려 몇 배의 주가상승을 이끌 수 있다면 우리 모두가 돈을 버는 것이니, 십시일반으로 모아 십 조 원이라고 그 자금을 모을 수가 없겠는가? 이렇게 모은 돈으로 우리가 투자할 좋은 기업에는 환란 후에 쓰러진 대우자동차가 있다하겠다. 채권단에 막대한 부실을 만들게 하여,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금융기관들이 버틸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대우그룹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것이 대우자동차다. 이것이 부실화되면서 금융권으로부터의 12조 원 정도, 그리고 부품회사 등에의 채권단에 4조 원이 넘는 손실을 날리게 한다니 이것이 완전히 무너지면 너무나 큰 충격을 남길 것이다. 그러기에 채권단이 주축이 되어 대우자동차의 매각에 발벗고 나섰다. 기아를 인수한 현대자동차가 대우자동차까지 인수하면 국내시장에서의 독과점지배에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생산차종의 중복, 해외통상압력을 부채질하는 꼴이 되어 인수에 적극적이지 못하다보니 해외매각이라는 방법밖에 없었단다. 포드자동차가 높은 인수가격으로 입질을 하다가 뒤로 넘어가니까, 혼자 남은 지엠은 처음 제시한 가격의 육 분의 일도 아니 되는 가격으로 인수를 하겠다고 양해각서를 주고받았다. 채권단을 이끄는 행장쯤 되면 나라의 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훤히 알고 있겠기에 하나의 기업에 대한 사업전망쯤이야 아주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허나 채권단과 지엠사이에 체결된 양해각서를 보면 참으로 한심스러울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 언론 그리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대우자동차의 지엠으로의 매각은 한국경제를 어둡게 뒤덮었던 먹구름을 하나 제거했다는 의미를 지녔다며, 헐값으로 판 것은 서운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대우차매각을 반기는 편이다. 우리가 대우자동차의 생사여부에 대하여 살펴볼 때 먼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소재와 부품산업이 뒤를 받치고 있는가, 여기에 자동차제조기술이 우수하여 우리의 자동차가 세계에 뒤지지 않는 내구성과 편의성을 갖추었는가, 또 환율도 충분한 가격경쟁이 가능하게 하는가를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내가 보기엔 대우자동차는 얼마든지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외국의 많은 사람들에 의해 연산 오륙 백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거대자동차회사 대여섯 개만 살아남고 나머지 작은 회사들은 이들에 흡수될 수밖에 없다하였다. 실제로 그 많던 자동차회사의 상당수가 이합집산을 이루며 대형자동차회사에 흡수되어 가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리하여 이를 맹종하는 국내경제학자나 은행장과 같은 실무자 그리고 정부관계자까지도 꼭 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자동차시장인 백 삼십만대보다 열 배가 더 큰 시장을 갖게 될 중국시장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또 우리가 무한한 자원에 크게 의존하지 않으면 아니 될 러시아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어 자원과 바꾸면 얼마든지 자동차를 실어 나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철도에 의해 중앙아시아와 동유럽까지도 손쉽게 우리 차의 시장으로 바꿀 수가 있다. 그렇다면 대우차를 연산 오 백만 대의 능력을 갖춘 자동차회사로 왜 키울 수가 없겠는가. 얼마든지 현대와 대우자동차는 독자생존이 가능하다. 왜 다들 축 쳐져서 우리로써는 대우차를 살릴 수 없으니 외국의 대형회사에 팔지 않으면 아니 된다고만 하고 있는가? 얼마 전 신문을 보니 그리스에서는 대우자동차가 가장 많이 팔렸단다. 차 값이 비싼 미국차, 유럽차 그리고 일본차가 지배할 수 없는 자동차시장은 세계에 널려 있다. 대우자동차가 지엠에 팔려서 그나마 다행이 아니다. 우리가 얼마든지 살릴 수 있는 자동차를 팔면서 채권단과 나눈 양해각서를 보면 정말로 울화가 치밀 뿐이다. 우리의 금융을 이끌어 가고 있는 금융권 고위간부들이 결정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정말로 꼴값을 떨고 있다. 제 값을 받고 팔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다가도 이런 가격으로는 도저히 팔 수가 없다면, 해외매각을 거두고 채권단이 주축이 되어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했어야 했던 일이 아니었던가.
언론에 양해각서 속에 있는 매각조건이 상세하게 게재되었었고, 또 해설까지 붙어있어 우리 모두는 이를 자세히 알고 있지만, 너무나도 한심한 꼴값의 예를 몇 가지만 들어보자. 채권단이 가지고 있던 부채 12조 원 중 신설법인에 포함된 창원, 군산공장 등에 빌려준 돈이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이 막대한 부채를 단지 십 이 억 불 어치의 우선주로 때워도 되는 것인가? 우선주를 발행할 때 발행한도는 자본금의 25 퍼센트로 제한이 되어 있는데, 지엠과 채권단이 신설법인에 납입하는 자본금은 겨우 6억 불이므로 할 수 없이 「주식할증발행」이라는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단다. 이 우선주마저도 일 년에서 오 년 사이는 2 퍼센트, 육 년에서 십 년 사이는 2.5 퍼센트, 십 년부터 십 오 년 사이는 7 퍼센트로 십 일 년째부터 수익금으로 우선주를 매입, 소각하는 방식으로 상환토록 되어있다. 그러니까 신설법인이 이익을 내지 못하면 우선주도 쓸모 없는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다. 이익을 내서 약속대로 그대로 이행한다 하더라도 이자율이 낮고 11년부터 상환을 받는 구조로 되어있어,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팔 억 삼 천만 불밖에 안 된단다. 여기에 국내채권단은 신설법인에 20억 불을 장기운영자금으로 대출해주고, 자산가치변동과 환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불당 천 삼 백 원으로 고정시켜 운영자금을 대출받게 된단다. 또 대우차자산과 부채의 실사결과 추가부실이 생기면 채권단이 이의 대부분을 떠 안는 것으로 결말이 날 것 같다.
그리고 기술개발과 계속적인 투자 그리고 판매라는 핵심적인 생존조건을 상실하고 단지 위탁생산만 하게 될 부평공장이 어떻게 버텨갈 것이며, 몇 년 뒤에 인수가 되지 않았을 때는 독자생존능력이 없으니 파산할 수밖에 더 있겠는가? 망한 대우차였지만 그래도 부평, 군산, 창원에 공장이 있어 여러 차종을 생산할 수 있었고 또 자체적인 연구개발, 엔진생산 등에 힘입어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하였으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부평공장만 달랑 남게되면 이것을 거저 준다하여도 누구하나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을 채권단에서 위탁생산이란 눈가림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는 것인가? 분리매각이란 있을 수 없으며, 또 이런 조건의 있을 수 없는 해외매각은 정부가 거대부실기업인 대우차를 외국에 팔지 않고는 끌고 갈 수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엠이 이용해 무리한 조건까지 관철시키는 협상력을 보여주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의 관료들이 어리석어 나라를 팔아먹으려 해도 국민이 바로 알고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2002-11-19대우차의 자산가치는 십 이 조 원쯤 된단다. 한 백억 불 규모다. 그러나 살아남을 수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겠다. 허지만 살아남을 수 없어 지금 당장 청산을 한다하여도 군산과 창원공장의 청산가치가 이 조 이 천억 원이 된다는데, 이를 오 천여 억 원에 넘기겠다는 것이 아닌가. 더 웃기는 것은 양해각서가 체결되었다고 관련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특별소비세 납부를 최장 육 개월 간 미뤄준단다. 그리고 단지 4억 불만 내고 그 큰 기업을 인수하였는데도 외국인 직접투자라고 조세특례제한법이 정한대로 소득세와 법인세는 7년 간 백 퍼센트를 감면 받고, 그 후 3년 간은 50 퍼센트를 내며, 취득세와 등록세는 5년 간은 백 퍼센트를 그리고 이후 3년 간은 50 퍼센트를 각각 감면 받게 한단다. 이것이 꼴값이지 않고 무엇입니까. 98년도에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할 때 부채 6조 원을 떠 안고, 1조 2천억 원을 출자하고도 세제금융상의 지원을 받지 못했는데, 지엠이 인수한다고 갖가지 특혜를 주니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이제 우리 국민은 믿을 사람이 없다.
정부운영도 삼류, 정치는 사류 그리고 기업경영의 주체들도 삼류나 사류밖에 되지 못한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깨어있는 국민이라면 모두 일어나 우리 스스로가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가는 길밖에 없다. 대우자동차도 우리가 모은 돈으로 인수를 하는 것이다. 양해각서 체결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하니 완전히 팔리기 전에 서두르는 것이다. 십 이조 원의 부채라면 팔 조만 탕감하고 사 조 원 정도를 주식으로 전환시켜, 주식 값이 서너 배 오른 사오 년 후에는 은행이 12조 원의 원금이상을 회수할 수 있게 만들어, 은행들이 어서 빨리 공적자금으로 빌린 돈을 갚게 만들어야 우리가 세금으로 메울 돈이 줄지 않겠는가? 그리고 서구문화 속에서 자란 자동차의 제조개념을 이제는 동양적인 사고가 깃들은 새로운 개념의 차가 되도록 확 바꾸어 본다면 얼마든지 세계자동차시장을 지배해 나갈 수가 있을 것이다. 나 홀로 운전자를 위해 공해가 적고 연료효율이 높은 「삼리터카」를 값싸게 만들어 개도국에도 파는 것이다. 대우차가 망한 것은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세계경영을 외치며 무리한 확장에 매달렸다는 것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쌓아놓은 밑천도 없이 막대한 국내외의 부채에 의해 회사를 확장하다가 환란 이후에 외국자본의 급작스런 회수와 우리 돈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이를 수습하는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였고 또 국내에서는 이자율이 다락같이 올라 겨우 일이 년 사이에 감당할 수 없도록 빚이 늘어난 것이 대우자동차가 무너지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대우차의 부채를 과감하게 줄여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회생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자동차산업은 고용인구의 9.5 퍼센트를, 전체수출의 7.6 퍼센트 그리고 국가세금수입의 16 퍼센트를 차지하는 한국경제의 기관차역할을 하는 산업이다. 이런 산업의 한 축을 외국기업에 맡겨야 되겠는가. 망한 삼성차가 외국기업에 인수된 후에 일어나는 꼴을 보자. 르노삼성차 한 대에 일본에서 수입되는 부품이 200만 원 어치가 들어가고 모델 및 기술도입비용으로 30만 원 안팎이 들어간다 하니, 우리가 르노삼성차를 살 때마다 일본부품회사와 일산자동차회사만 배부르게 할 뿐이다. 앞으로 대우차가 지엠에 팔린다면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지엠대우가 독자생존방법을 찾는다하나 신차개발은 돈이 든다하여 개발케 하지 않고 지엠에서 개발한 차를 생산케 하며 기술료를 챙길 것이고, 부품의 국내개발보다는 지엠산하 해외공장에서 주요부품을 조달시켜 지엠은 앞뒤로 챙기고 국내소비자만 봉이 될 것이다. 물론 국내에서 개발한 값싸고 품질 좋은 부품을 쓰지 않는 비싼 차는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할 테니, 수출물량은 점점 줄어들어 외국 것이라면 꼼짝못하는 매국노를 위해 국내시장에만 집착할 것이다. 그러니까 지엠은 일본과 중국은 물론 각지에 자체적으로 설립한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인수기업이나 제휴기업이 많이 있어, 인수된 대우자동차가 국내시장은 물론 거대한 시장을 형성해 가는 중국시장을 겨냥한다고 하지만 국내시장에서 현대자동차에 밀리면 죽기살기로 경쟁을 하기보다는 밀리는 대로 물러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발전하여 중국의 자동차시장에서 공급이 태부족인 상태를 벗어나면 우리나라에서 생산을 하기보다는 중국 현지공장에서의 생산에 더 힘을 쏟을 것이다. 물론 유럽에서의 수출경쟁은 죽을힘을 다한 경쟁을 원치 않을 것이다. 똑같은 투자회사이니 피아트가 우위에 서건, 대우가 우위에 서건 무슨 상관이 되겠는가. 수많은 부품을 조립하여 파는 자동차회사에서는 자동차 한 대를 팔 때 이익이 적으면 생산량을 줄여 이익을 보존하면 될지 몰라도, 그 많은 부품을 생산하고 있던 작은 부품회사는 곧 바로 회사 자체가 휘청거릴 것이다. 어느 지역의 투자기업이 이익을 내더라도 전체적인 이득만 보장되면 된다는 다국적기업에 의해 대우가 운영될 때와, 순수한 국내회사가 운영할 때와는 천지차이일 것이다. 즉 순수한 국내회사가 운영할 때는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차를 만들려 노력하고, 아울러 한 대라도 더 팔아 공장가동률을 높이려 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최고의 생산성이 유지되고 또 더 많은 순이익을 만들어 내겠다. 이 같이 살아남으려는 몸짓으로 모두가 온 힘을 다하여 뛰는 내국인의 임직원에 의해 이끌릴 때와 외국의 회사로 넘어갔을 때와는 아주 다를 것이다.
물론 대우자동차를 살리기 위한 운동이 벌어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몇 사람들만이 참여한 운동으로 곧바로 시들어졌다. 그렇지만 내가 투자한 돈의 서너 배가 되도록 주식 값이 오를 수 만 있다면 한번 해볼만한 일이 아닌가. 환란 직후에 벌였던 금모으기운동 때보다 국가경제나 개인주머니에 더 많은 득이 되지 않겠는가?
우리는 백 만대 생산능력을 갖고 있는 대우자동차를 해외수출을 통해 서너 배의 생산능력을 갖는 회사로 키울 우수한 경영자, 연구개발자, 해외영업사원 그리고 성실한 근로자들이 있다. 삼류의 기업경영인 밑에서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던 사원들에게 기를 불어넣어,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쏟아내게 한다면 우리가 못할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제 삼사류의 지도자입네, 주인입네하며 거드름만을 피우는 그들에게 맡겨만 두지 말고 우리가 나서 손에 기름을 묻히고 땀방울을 흘리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대우자동차를 GM에 팔지 않고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먼저 국내에서 살리는 방법으로 검토하여 법원에 제출한 독자생존의 정리안을 살펴보자. 이것은 지엠과 양해각서가 체결되기 전에 나온 안이다. 총부채 17조 2천억 원 중 8조 2천여 억 원은 금융회사에서 출자전환하며, 중소기업 및 개인과 해외거래처의 채무인 4조 3천여 억 원은 십 년에 걸쳐 갚아나가고, 4조 5천여 억 원 상당의 주식 가운데 특수관계인 주식(대우계열사)은 무상소각하고 일반주는 열 주를 한 주로 병합한다는 내용이었다. 한편 2005년까지 국내시장점유율을 98년(34 퍼센트) 수준으로 그리고 세계시장점유율은 97년(2.6 퍼센트) 수준으로 회복하고, 그 이후에 영업이익을 통해 빚을 갚는다는 것이었다. 법원관계자도 「이번 계획안은 실행가능성이 높은 편이며 최종인가결정은 올 연말께 이루어질 것이며 인가가 난 이후라도 매각 등 변수가 생기면 정리계획안은 수정될 수 있다」고 하였단다.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은 국부의 유출이기 때문에 있어서는 아니 된다 생각한다. 우리가 돈을 모아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투자를 하여 손해를 보아서는 아니 된다. 그렇다면 10조 원쯤을 모아 대우자동차를 사서, 돈을 벌 수 있는 회사로 만들 수 있는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지금 세계자동차시장은 과잉생산체제에 놓여 있다한다. 그리고 우리의 자동차산업은 미국, 유럽과 일본에 조금은 뒤쳐진 후발국의 생산기술에 머물고 있단다. 그런데도 이들과 경쟁을 하여 살아남을 수가 있을까? 이 답만 명확하다면 우리 손으로 대우자동차를 살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철강산업과 조선산업이 초기에 자리를 잡을 때에도 세계적으로 과잉상태에 있었고 또 변변한 기술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충분한 유보자금을 자본으로 시작하였다기보다는 어마 어마한 빚으로 시작한 태도로는 세계의 경영인 모두가 성공할 수가 없다 하였다. 그러나 국제적인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철강 및 조선산업은 한 발 앞서가던 선진국을 따라 잡아 이제 최고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갖춘 당당한 기업들로 자리를 잡았다. 왜 대우자동차가 이런 성과를 이룰 수가 없겠는가? 국내의 현대자동차는 중소형차에서 만큼은 세계경쟁력에 육박해 있어 많은 이익을 내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국내의 같은 부품을 쓰고 또 비슷한 인력을 갖고 있는 대우자동차가 현대에 엇비슷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란 법이 없지 않겠는가! 우둔한 생각일진 모르겠지만 대우차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만한 요건들을 살펴보자.
첫째로 자동차는 수많은 부품을 조립하여 탄생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부품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부품의 내구성은 금속, 고무와 플라스틱인 소재의 생산기술과 이의 가공기술에 크게 의존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갖고 있는 저변기술은 자동차가 요구하는 내구성을 만족시킬 단계에 다다른 것이다. 그리하여 내구성이 있고 값이 싼 부품의 수출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자동차부품만으로 이천 일년에 육 억 사천만 불을 수출하려하며, 2005년에는 최소한 이 십억 불의 수출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의 기본을 이루는 부품이 경쟁력을 갖추었다하고, 그 다음의 둘째 문제로 환율이 고려되어야 하겠는데, 지금은 우리나라의 환율이 고평가가 되어 있지 않아 같은 성능의 외국차에 비해 좀 싸게 팔아도 충분한 이익을 남길 수가 있단다. 설비가 낡았다 하나 새로운 생산방식이 도입된 후에 설치된 시설로, 노동자의 힘이 조금 더 들고 불편이 있을 뿐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라니 선진외국보다 싼 인건비로 좀 낡았다는 설비 때문에 떨어지는 생산성도 경쟁력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단다. 또 몇 년 전에 교체한 설비도 많단다.
그리고 셋째로 강성노조라는 것도 회사에서 쫓겨나면 당장 굶을 처지에 놓이니 막무가내로 덤벼 붙여진 이름이지, 일거리를 주고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면 얼마나 신나게 일을 할 수 있는 노동자집단이 되겠는가. 고용불안에 시달렸던 때는 강성노조의 성격의 띠었던 현대자동차노조가 지금은 어떠한가. 무분규를 앞세워 노사가 한 마음이 되어 지금은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가. 대우자동차 직원에게도 밤새워 일할 일거리를 갖다주고 열심히 일하자하면 노사분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의 노동자들도 충분히 성숙해졌다. 마지막인 네째로 우리의 자동차기술이 충분히 성숙해 있어 소비자가 원하는 차를 만들 수 있어야 국내소비를 하고 남는 차를 외국에 내다 팔 수가 있을 것이다. 대우차의 부평공장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자동차를 조립한 공장으로 자동차차체에 대한 기술을 이제는 필요한 만큼은 충분히 갖추고 있으며 또 이를 응용할 인력도 얼마든지 있단다.
지엠이 오랫동안 대우차의 상당한 자본을 갖고 있으면서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하려는 기술개발을 못하게 하여, 얼마 전까지 지엠으로부터 개발된 차체기술을 그대로 들여와 사용하였고, 또 엔진도 외국에서 수입을 하는 것도 있어 기술력이나 이익이 국내의 다른 자동차회사나 국외의 회사에 뒤떨어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엠과 결별을 하고 나서 자체적으로 배기량과 차체크기가 다른 세 종류의 차를 개발하면서 충분한 경험을 쌓았으며 필요한 엔진도 개발하였다. 그렇다면 현대차와 같은 경쟁력으로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우차를 팔 수가 있지 않겠는가. 김대호씨가 『대우자동차 하나 못 살리는 나라』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니 군더더기는 여기서 줄인다. 되풀이되는 이야기가 되겠는데 대우자동차는 부품이나 설비를 만드는 무너져도 큰 불편이 없는 조그만 회사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부품을 모아 자동차를 조립하는 밥줄을 많이 거느린 회사이다. 이것을 외국에 넘겨주었을 때 국내의 부품, 소재 그리고 설비업체의 발전과 장래가 어찌 될지를 깊이 생각해보면 눈앞이 아찔하다.
만약에 외국회사에 팔린다면 자국내의 중심적인 자동차회사의 이익을 위해, 경쟁력 있는 우리나라의 자동차생산을 마구잡이로 줄여 부품회사들이 망하게 될 때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가. 부품공장은 외국자본이 투입되어 운영될 지라도 조립공장만은 국내기업이 갖고 있어야 우리 경제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그리고 국내시장에만 만족하지 않고 해외시장을 넓혀갈 때 자동차회사는 물론 국내의 부품회사들도 더 많은 성장을 할 것이다. 생산된 전량을 해외수출을 한다는 전제로 허가된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르노가 해외수출에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오직 내수에만 매달려 있듯이, 대우차를 인수한 지엠이 꼭 같은 일을 저지른다면 인수된 대우차는 축소경영이 불가피 할 것이고 그러면 많은 인력이 관련산업에서 떠나야 할 터인데 이때는 어찌 하려는지 정말로 이해가 안 간다. 이런데도 국가최고책임자까지 나서서 외국자동차회사의 회장을 만나 제발 사달라고 애원을 해야만 하고, 또 그 많은 경제학자들은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매각만이 문제의 해결이라고 외치고 있어야만 되는 것인가.
앞으로의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만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손해도 어마어마하단다. 발표는 아직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우발채권의 상당부분을 국내채권단이 책임을 지며, 우량한 해외법인만 지엠이 인수한다는 것이 새롭게 포함되어, 곧 국내채권단과 지엠과의 사이에 최종의 매각조간이 체결된다 하는데 일 조원 가까운 돈밖에 받지 못한다면 국내채권은행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그러나 지엠이 인수한 대우차가 경쟁력을 찾게 되면 싸구려로 산 지엠은 막대한 부를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막대한 국부의 유출이라 말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국가의 부를 지켜야 할 정부가 국부유출에 앞장서 있으니 어쩐다. 나라 팔아먹는 것도 잘하는 짓이라고 언제까지 매각협상을 끝내겠다 하며 자꾸 주절거리고, 또 채권단에 어서 빨리 매듭을 지우라고 압력을 넣어, 값이나 떨어뜨리고 나서는 그것도 큰 일이나 한 것처럼 자신의 업적으로 하려하는 그런 매국노들에게 언제까지 이 나라를 맡길 것인가.
이제 국민들이 일어나서 이 나라를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천만 원씩 백만 인이 참여하여 돈을 모으면 십 조 원이 모아진다. 이것으로 대우자동차를 사서 현대차 이상의 이익을 내는 회사로 키우는 것이다. 물론 회사도 인수하고, 국내시장에서 한계를 드러내 운영이 안될 르노삼성차도 인수를 한다면 충분히 국제시장에서 살아갈 큰 자동차회사가 될 것이다. 우리가 인수한 자동차회사가 이득을 내면 주식은 몇 배가 뛸 터이니 투자한 우리가 이익을 보고 또 외국에 흘러갈 국부까지도 지킬 수 있지 않겠는가.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몇 백조 원 중 몇 십조 씩만 모으면 어느 기업인들 살릴 수 없을 것이며, 또 국내산업의 근간을 이루었던 공공사업을 민영화할 때 이를 인수하지 못하겠는가. 전력사업, 교통물류사업에서 막대한 이자의 지급만 없도록 한다면 여기에 투자하여도 손해를 볼 염려가 없이 이득만을 볼 테니, 국민들이 시나브로 돈을 모아 투자를 한다면 국민도 좋고 국가의 부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을 것이다. 외국자본에 팔린 한국전기초자가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가. 세계 최대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아사히글라스는 새로운 상품인 TFT-LCD용 유리의 생산의 길은 열어놓지 않고 경쟁력이 높은 평면모니터 등의 생산량을 줄이도록 하였단다. 서두칠 사장이란 분과 한국전기초자의 임직원이 온 힘을 모아 살려놓은 회사의 앞날이 어두워 보이지 않는가. 우리는 어리석게도 '외자유치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정말로 어리석은 몇몇의 경제학자와 경제관료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무슨 그런 험악한 소리를 하고 있느냐고 저를 꾸짖고 싶다고요. 정말 나는 어리석은 자일까요.
그렇다면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일 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잠식한 부실투자신탁회사인 현대투자신탁증권(현대투신증권)에 아메리칸 인터네셔널그룹(AIG)과의 컨소시엄의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어떠한 매각조건을 붙였었던가? AIG컨소시엄은 현대투신운용에 천억 원을, 현대투신증권에 육 천억 원을 그리고 현대증권에 사 천억 원을 출자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정부는 현대투신운용에 천억 원을 그리고 현대투신증권에 팔 천억 원을 출자하도록 하였다. 이때 현대투신운용에 출자된 이 천억 원은 그대로 현대투신증권에 재출자되고 또 현대증권에 출자된 사 천억 원도 현대투신증권에 재출자하도록 되었다. 이것만을 보면 든든한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부실화된 현대투신증권을 살리는 것으로 보여졌다. 만약에 현대투신증권이 망하게 되면 고객이 맡긴 십 이조 오 천억 원을 되돌려 받겠다고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금융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텐데, 외국자본을 이용해서라도 이 부실기업을 살린다니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실화된 현대투신증권과 현대투신운용을 매각하기 위해 왜 멀쩡한 현대증권의 운영권을 넘겨주면서 현대증권의 소액주주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도록, 보이지 않는 손을 휘두른 금감원의 처사를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AIG가 현대증권의 신주를 인수하는데 이 주는 최저 오 퍼센트의 배당과 의결권까지 붙어있는 우선주였다. 일반적으로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우선」배당을 받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의결권이 없다는 점과도 달리 경영에 깊숙이 간여할 수 있도록 의결권이 붙은 특별한 주식이었다. 그리고 부실징후가 전혀 없는 멀쩡한 현대증권이 신주를 발행할 때는 법에 따라 기준가보다 십 퍼센트 이상 더 싼값으로 발행할 수가 없는데도 삼십 퍼센트가 싼 칠 천 원에 신주를 발행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는 정부는 스스로 자기가 할 일인 법에 따른 규제를 아예 포기하고 말았다. 이천 년 사월에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한 것처럼 공적자금을 투입하였다면, 지금은 멀쩡히 살아있을 투신에 구천 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운영권을 외국에 넘기고, 또 거기에 덤으로 멀쩡한 현대증권을 넘기며 소액주주들의 막대한 손해를 이끌지 않았을 것이다. 현대증권의 주식을 갖고 있는 많은 일반투자자들은 시가이하의 매각이 이루어졌다면 이에 따른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현대증권에 투자한 사 천억 원이 현대투신증권으로 재출자되면서 돈을 들어오지 않고 주식수만 늘리는 바람에 주식의 희석에 따른 주가손해도 크기 때문에 이래저래 손해를 보는 반면에, 외국의 투자회사는 국내투자자들이 손해보는 만큼을 챙겨 살찌우게 되었을 터이니 이것을 국부유출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좋은 조건에, 앞으로 발생하는 부실채권마저도 책임을 지라고 떼를 부리다가 제일은행에 혼쭐난 경험이 있는 우리가 그렇게는 못한다하니 AIG컨소시엄은 뒤로 나자빠졌다. 왜 꼭 외국자본에 매각을 하여야만 한다고 생각을 갖고 있는가. 이것도 우리가 시나브로 돈을 모아 살려보자. 틀림없이 돈이 될 것이다.
각설하고, 국부유출이 꼭 국내의 부실기업들을 값싸게 외국기업이나 자본에 넘기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모든 기업들이 세계시장이라는 하나의 큰 시장에서 무한경쟁을 벌리고 있다. 이때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키우고 그리고 무한한 성장을 하려는데 뒷다리를 잡고서는 이를 이룰 수 없게 하는 것도 큰 국부의 손실이 될 것이다. 외국기업을 유치한다고 여러 가지 편의와 이익을 주면서 국내기업은 옛날 그대로 규제를 하면 이는 역차별이며, 또 외국기업은 자국이나 국내에서 부담하지 않을 준조세를 우리 기업에게만 지운다면 우리 기업들이 어찌 활발한 성장을 할 수 있겠는가. 얼마나 우리 기업들이 힘이 들면 아직도 사회주의를 벗지 못한 중국에 대해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중국」이라 하며 본사를 외국으로 옮기겠다하는지 우리는 곰곰이 생각하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외국에서는 기업이 정부로부터 대접을 받는데, 우리나라에선 이러저러한 규제로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면 어찌 기업의 창의성이 발휘가 되겠는가. 이제 외국에서 하는 좋은 제도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곧 바로 받아들여 법률개정 등을 서두르자. 왜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꾸무럭거리는지 모르겠다. 제 할 일 않고 뒷주머니만 생각하며 엉뚱한 일만 저지르는 못난 공무원이요, 시덥잖은 어린애 같은 어른이라면 정말로 신념에 차고 분명한 전문성을 가져 똑 부러지게 일할 수 있는 어른스런 참 공복에게 자리를 내주도록 만들어 가자.